18일 ‘상생협력을 통한 프로토콜 경제 실현’ 업무협약 서명식에 등장한 배달의민족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가 플랫폼 경제의 부작용을 개선할 중점 정책과제로 강조하는 ‘프로토콜 경제’의 구체적 사례를 발표했지만, 애초 내건 개념과 거리가 있어 여전히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8일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상생협력을 통한 프로토콜 경제 실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소상공인 지원펀드에 50억원을 출연하는 한편, 소상공인들이 참여하는 배달플랫폼 상생협의회를 만들고 플랫폼 데이터를 민간과 공공에 공유하기로 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플랫폼 경제로 인한 승자독식과 독과점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프로토콜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창해왔는데, 첫 구체적 사례가 나온 셈이다. 중기부는 프로토콜 경제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라며,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독점과 폐쇄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경제모델이라고 설명한다. 박 장관은 프로토콜 경제의 모델로 플랫폼 기업의 성과를 주식 등의 형태로 종사자들에게 배분하는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B&B) 사례를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중기부가 소개한 방안은 기존의 대-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상생협력 모델에 비해 플랫폼 데이터 공유가 추가되긴 했지만, 플랫폼 기업 주도의 사업모델이란 점은 마찬가지다. 프로토콜의 당사자여야 할 배달노동자도 배제돼 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은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규칙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이 아니라,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배달원들이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약관과 서비스방식에 개별적으로 동의하는 게 기본 구조다.
국내 한 플랫폼기업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프로토콜 경제가 무엇이고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 중기부의 개념이 명확해야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준비할 수 있는데, 중기부의 프로토콜 경제가 ‘안갯속’이라 실행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 문제는 수수료 체계 개선을 통한 이익 배분의 문제”라며 “기술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노동자와 중소기업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환철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과장은 “중기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부처인만큼 노동자들의 참여까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며, 상생을 위한 프로토콜 경제의 첫발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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