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한항공 마일리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들어간 퇴역항공기 동체로 만든 네임택이 판매 즉시 주문이 폭주해 매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4000개 한정 판매된 네임택은 1시간만에 매진됐다.
대한항공이 퇴역 항공기의 동체 표면을 잘라내 만든 ‘두랄루민 네임택’ 4000개가 판매 즉시 매진돼 화제다. 여행의 추억을 촉감으로 전해주는 기념품으로 구매 경쟁이 뜨거웠지만, 퇴역 항공기가 매각 대신 ‘해체’돼 기념품으로 팔려나간 것은 항공산업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퇴역한 보잉777-200ER(편명 HL7530)를 분해해 동체 표면을 네임택으로 가공해 마일리지몰에서 기념품으로 판매했는데, 13일 판매 당일 4000개가 1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17일 밝혔다. 주문 폭주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됐을 정도다. 1997년 3월 도입된 대한항공의 첫 보잉 777기종으로, 그동안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됐다가 2019년 12월18일 인천~홍콩 비행을 끝으로 퇴역했다. 23년간 총 운항횟수는 1만6903회, 운항시간은 10만682시간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항공기를 분해해 주요 부품을 매각한 뒤 알루미늄 합금 두랄루민 재질의 동체 표면은 명함크기로 잘라낸 네임택 기념품으로 가공했다. 2019년 루프트한자가 에어버스 항공기를 분해해 네임택으로 판매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 ‘항공기 동체 네임택’은 처음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마다 10대 안팎의 항공기를 새로 도입하고 그만큼을 퇴역시키며 보유 대수를 꾸준히 늘려왔다”며 “퇴역하는 항공기는 비행기 연수를 따지지 않는 개발도상국의 항공사에 주로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항공기를 매각 대신 해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말 169대였던 대한항공의 보유 항공기는 2020년말 164대로 5대가 감소했다. 4대는 매각(반납)했지만, 1대는 팔려나가지 못하고 결국 분해·해체돼 기념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퇴역뒤 동체 표면이 네임택으로 가공된 대한항공 HL7530기.
대한항공 쪽은 “항공기는 항공사의 생명줄이라 아무리 상황이 안 좋을 때도 예정대로 구매계획을 실행했는데, 지난해 이후 신규도입이 없고 기존 도입계획도 모두 연기된 상태”라고 말했다. 1997년 구제금융 당시의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도 대한항공 등은 보유 항공기를 매각 뒤 임대(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하며 보유 대수를 유지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에 보잉767기와 2020년에 보잉747기를 각각 해체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대수도 2019년 85대에서 2020년 82대로 3대 감소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