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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뉴스AS] 공공병원 ‘예타’ 면제, 3년만에 급물살 탄 배경은?

등록 2020-12-16 12:25수정 2020-12-16 15:35

기재부는 대전의료원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를 왜 보류했을까?
12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앞서 미통과 우려로
2년여간 진행한 예타 결과 도출 직전 연기

2017년 이후 면제 늘지만 공공의료는 1건뿐
뒤늦게 공공병원 면제 결정해 내년 예산 없어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시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공공병상 확충을 위해 대전의료원을 비롯해 3곳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발표한 가운데 이보다 앞서 지난달 열릴 계획이던 대전의료원에 대한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가 갑자기 보류됐다. 2018년부터 진행된 대전의료원에 대한 예타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타 면제를 하려고 위원회 개최를 연기한 것이다. 결국 2018년부터 진행된 예타는 하루 아침에 헛심을 쓴 꼴이 됐고, 순식간에 이뤄진 예타 면제는 그동안 요구된 공공의료 확충 요구를 외면하다 이제서야 했다는 비판마저 낳았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대전시에 따르면, 기재부는 2018년 4월 대전의료원에 대한 예타 심사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긴 이후 경제성 평가를 마치고 11월20일 종합평가(AHP)를 위한 분과위원회를 열려다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10명의 민간심사위원이 참석하는 분과위원회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 등을 토대로 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분과위원회 심사 결과 보류로 판결날 경우 대전의료원 사업의 향후 추진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11월 들어 부처간 협의를 통해 공공병상 확대 방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분과위원회를 열어 통과가 안 되면 복지부 방안이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공공병상 확보 등 공공성이 강한 재정사업도 정책적 판단으로 예타 면제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이뤄진다. 다만, 국가재정법(제38조 2항)은 지역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국무회의를 거쳐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이용한 예타 면제 사업이 2017년 2개에서 2019년 25개로 늘었다. 2019년 사업 가운데 울산 산재전문병원을 제외하면 제2경춘국도 등 대부분 사회간전자본(SOC) 사업이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부산 경부선 지하화와 고속철도(KTX) 전라선 예타 면제를 시사해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공공병원 건립은 예타 면제가 적은데다 2004년 이후 실시된 8건의 예타에서 권역외상센터건립 등 4건이 탈락하는 등 사업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도래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천명당 병상은 12.3개(2017년 기준)로 경제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번째지만, 공공병상은 1.3개로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3.0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정부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병상이 적은 탓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환자가 대량 발생하면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고 병상 부족에 시달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 예타 면제를 남발하면 안되지만, 공공병원 같은 공공성을 띈 사업에 한해 예타 면제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며 “2019년 관련 규정을 바꿔 경제성 평가 비중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공공성을 가진 사업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마련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뒤늦게 예타 면제가 결정돼 내년도 예산에는 대전의료원 등 공공병상 확보를 위한 예산이 거의 없다.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한푼도 없고, 증축을 위한 설계예산 15억원만 책정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공공병원 신축을 위한 내년도 예산의 부재에 대해 진행 중인 예타를 이유로 꼽았다. 뒤늦게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11월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해 “예산 당국도 공공의료체계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 공감을 하고 예산의 증액에 대해서 필요로 하고 있지만 9월2일 넘어온 국회 예산안에는 공공의료체계, 특히 지방의료원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좀 미약한 부분이 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관심을 모아주기를 요청을 드린다”며 국회의원들에게 관련 예산 편성을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한편, 예타와 관련해 공공의료시설 확충에 대해 예타를 면제하거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예타 면제 범위 금액을 확대하는 등 여러개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보건사업이나 공공의료원 신·증축 사업은 예타를 면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성국 민주당 의원 등은 사회간접자본은 현재 총사업비·재정지원이 각각 500억원·300억원인 예타 심사 기준을 1000억원·50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공공의료시설 확충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한 반면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타 기준 금액 상향에는 재정·경제 규모가 그동안 성장했음을 근거로 찬성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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