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 기업과 가계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도 은행 연체율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금융감독원은 14일 10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0.34%라고 밝혔다. 역대 최저치였던 9월보다는 0.04%포인트 올랐으나 지난해 같은 달과 견줘선 0.12%포인트 낮다. 올해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0.43%이 최고치였고 6월 들어 0.33%로 내려온 뒤 8월(0.38%), 9월(0.30%), 10월(0.34%)까지 0.3%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원화대출 연체율이 최저 0.36%, 최고 0.52%였고 2018년도 최저 0.40%, 최고 0.62%였던 것과 견주면 올해는 비교적 낮게 유지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긴급 자금 대출 수요가 느는데도 연체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대출 금리 인하로 채무 상환 부담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2018년 1.75%에서 2019년 1.5%, 올해 0.5%로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2018년부터 금리 하락으로 연체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올해도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자 채무 상환 부담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낮아진 만큼 쉽게 빌려 쉽게 상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상환 유예 조처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와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개인채무자 가계대출 원금 상환 유예 조처는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부실이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상환 유예를 하니 차주가 이자 지급 능력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며 “지표는 좋게 나오겠지만 금융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액 급증에 따른 ‘숫자의 함정’을 이유로 들었다. 원화대출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총 대출채권으로 나눠 100을 곱한 값인데, 분모인 대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연체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기업들은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개인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 대응 차원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전체 대출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며 “대출이 연체로 나타나는 덴 길면 1년도 걸리기 때문에 부실 위험은 잠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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