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기 전 유엔해비타트를 홍보하는 부채를 들어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도시에서 청년들이 밀려나고 있어요. 이젠 도시와 청년 문제를 연결해서 논의해야 합니다.”
박수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주거비와 생활환경 등 도시 문제가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최근 수년 사이에도 급등했다. 자기 집이 없는 청년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두고, 일단 올라간 주거비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거나 아직 구직 중인 청년은 도시에서 내몰리기 십상이다. 박 회장은 청년 문제를 일자리나 복지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도시라는 주거 공간의 차원에서 청년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박 회장이 이끄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유엔의 공식 산하기구다. 그는 “유명인들이 집 짓는 봉사활동을 하는 해비타트라는 시민단체와 혼동을 하지만, 유엔해비타트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유엔 산하의 34개 집행기구 중의 하나이고, 이 기구의 국가별 위원회가 설립된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엔해비타트는 ‘더 나은 도시의 미래’를 위해 도시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단체이고, 20년을 단위로 이 단체가 주력하는 핵심 의제를 정한다. 2016년부터 20년간 주력하는 주제는 ‘청년’과 ‘도시’다. 박 회장은 청와대 대변인이던 2017년에 이 단체의 핵심 의제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었다.
유엔 산하기관이 국내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우선 과제는 청년과 도시와 관련된 담론의 확산이다.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는 지난 10월 <유엔해비타트 코리아>라는 계간지를 창간했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개최한 ‘대한민국도시포럼’도 같은 취지다. 192개 회원국의 네트워크와 각국에서 축적된 사례와 경험들은 청년을 위한 도시를 새로 기획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다. 박 회장은 “최근 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등 10여개의 공공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주거뿐 아니라 청년의 창업과 업무, 교육과 문화활동 등이 연계되는 공간을 기획하는 데 우리의 역량이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유엔해비타트는 2002년 제1회 행사를 개최한 이후 2년마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세계도시포럼’을 열고 있다. 박 회장은 “세계도시포럼에는 192개국에서 도시정책에 참여하는 정치인, 관료, 전문가, 시민사회 인사 3만5천여명이 모인다. 2024년에 제11회 세계도시포럼을 한국에 유치하면 도시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 전에 국내에서 청년을 위한 도시 공간을 만드는 여러 시도들을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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