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 KAIST 교수팀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픽사베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늦추기 위해 콜라겐 섭취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세포 노화 자체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피부 노화 현상뿐 아니라 각종 노인성 질환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원천기술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노화된 인간의 진피 섬유아세포를 정상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의 초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진피는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 바로 밑에 있는 조직이다. 섬유아세포는 진피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로 콜라겐 등의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조 교수팀은 먼저 진피 섬유아세포에서 단백질 합성과 세포의 성장 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피디케이1(PDK1)을 찾아냈다. 이후 이 핵심 인자를 억제하면 콜라겐의 합성이 증가하고 세포의 재생 능력이 회복돼 노화된 피부가 젊은 피부조직으로 변한다는 점을 노화 인공피부 모델을 통해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노화 인공피부 모델은 조 교수팀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과의 산학 공동연구를 통해 최초 개발했다.
기존에도 노화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을 증명한 연구가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종양의 형성과 암의 진행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어왔다. 그러나 조 교수팀 연구는 이러한 부작용 없이 원래의 정상 젊은 세포로 안전하게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조광현 교수는 “그동안 비가역적 생명현상이라고 인식돼왔던 노화를 가역화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를 통해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한편 노인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로부터 동백추출물에서 피디케이1의 억제 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는 화장품을 개발중이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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