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 제공
한국은행이 26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1%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는 3.0%, 2022년은 2.5%로 제시했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 8월에 내놓은 기존 전망치(-1.3%)보다 약간 높다. 내년 전망 수치 또한 8월 때(2.8%)보다 높여 잡았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5.1%, 1980년 석유파동 당시인 -1.6%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역성장 또한 이 세 번뿐이었다. 한은에 앞서 지난 11일 경제전망 자료를 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한은과 같은 -1.1%로, 내년 전망치를 3.1%로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양호한 투자 흐름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애초보다 성장률을 높여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 지연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디겠지만, 설비투자가 정보기술(IT) 부문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수출 또한 글로벌 경기와 함께 상품 교역 회복에 따라 개선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는 올해 중 20만명 줄어든 뒤, 내년과 2022년 중엔 각각 13만명, 21만명 늘어나는 식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5%에서 내년과 2022년 1.0%, 1.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이번 겨울 동안 이어지고, 내년 중후반 이후 진정되면서 경제활동 제약이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 재확산세의 소비 쪽 영향에 대해서는 “연초 확산 때보다는 작겠지만, 8월 당시 재확산 때보다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경기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3분기 기업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2분기를 저점으로 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본다”면서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당분간 더 확산될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 발표에 앞서 올해의 마지막 금통위 본회의를 열어 사상 최저인 현행 기준금리(0.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계 부채가 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분위기여서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사정을 반영한 결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계 경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지속으로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낮을 것으로 보여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경제 회복의 시기와 강도는 코로나19에 달려 있다”며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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