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노동’, ‘재택근무’, ‘줌 회의’… 코로나19로 낯선 단어들이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다. ‘쓰러져도 회사에 가서 쓰러지라’는 말 대신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아프면 집에서 일하라’는 말이 훨씬 더 실감나는 세상이 됐다. 당국의 방역 대응이 대폭 강화될 즈음 집과 회사를 연결하던 개미굴 같은 지하철은 한때 텅텅 비기도 했다. 정말 세상이 달라지는 듯했다. 엄밀히 말하면 ‘재택근무’나 ‘줌 회의’ 같은 새로운 세계는 일부에게만 열렸다. 나머지에게는 똑같은 출퇴근에 마스크와 함께 ‘필수노동자’라는 딱지가 하나 더해졌을 뿐이다. 코로나 위기는 일상에서 감춰져 있던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계기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심화시키고 있는 노동의 양극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인 12월3일 열리는 분과세션 ‘비대면 시대의 노동: 거리두기와 연결하기’에서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노동의 미래를 모색한다. 첫 번째로 발표의 문을 여는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이코노미랩 원장은 코로나19로 바뀐 미국의 노동에 대해 말한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디지털 경제와 경영 전문가로 구글, 다보스 포럼 등에서 강연했고 테드(TED) 강연 연단에도 두 번 선 저명한 학자다. 그는 올해 4월, 5월, 7월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인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이번 세션에서 연령, 성별, 지역, 직종에 따라 재택근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또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일자리와 노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한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국제노동기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저닌 버그가 ‘재택근무: 보이지 않는 근무에서 양질의 일자리로’를 주제로 코로나19로 확대된 재택근무 현황과 특징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해 소개한다. 성별, 직종, 소득에 따라 얼마나 많이 재택근무를 하는지 살펴보는 한편 재택근무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소득이 줄거나, 고용이 불안해지거나, 성장을 위한 훈련이나 교류의 기회가 사라지거나, 노동자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는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비대면 시대의 고용노동정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화두가 된 전국민 고용보험, 유연근로시간제, 상병수당 제도를 다루면서 변화해야 할 고용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세션은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이 사회를 맡고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인사말을 전한다. 발표에 이어 진행되는 2부에서는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토론에는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용만 건국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권현지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나선다.
♣️H6s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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