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림프종으로 사망한 미국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화면으로 노출한 문화방송의 <기분좋은 날>(2013년12월18일 방송). 방심위에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에스비에스의 <8뉴스>(2013년9월27일)는 스포츠뉴스에서 연세대 로고와 일베를 합성한 로고를 내보냈다.
방송사들이 극우 사이트가 만든 악의적 합성사진을 사용해 징계받는 일이 반복되는 배경엔 디지털 조작이미지 판별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위·변조된 사진·영상자료를 손쉽게 탐지해내는 소프트웨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3일 이흥규 교수(전산학부) 연구진이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디지털 사진의 변형 여부를 광범위하게 탐지하는 소프트웨어 ‘카이캐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이번 연구에 대해 “학술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던 영상자료의 위·변조 탐지기술을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디지털 위·변조 영상이 늘어나고 피해가 커져왔지만 지금까지는 위·변조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석도구가 없어 주로 정황 판단 등에 의존해 진위를 판단해왔다. 기존 디지털사진 포렌식 기술은 특정 부분 조작, 블러링, 부분대체 등 개별적 변형 유형에 대응해 개발되어온 까닭에 조작수단이 다양하거나 혼합되어 있을 경우 탐지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특정한 유형의 위·변조에 대한 탐지는 99% 수준으로 높지만, 변형 유형을 알지 못하는 위·변조 이미지에 대한 기존 탐지 소프트웨어의 정확도는 5~10%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왼쪽은 원본 이미지이고 가운데는 유형별 변형이 적용된 이미지다. 오른쪽은 분석 결과로, 주변의 다른 색상과 다른 녹색, 붉은색, 파랑색, 노랑색 부분영역들이 섞여서 나타난다. 이는 해당 영역의 변형을 의미한다. 카이스트 제공
왼쪽은 스플라이싱/복사 붙여넣기한 이미지이고, 오른쪽은 분석 결과를 시각화한 이미지로 변형여부 판정이 매우 용이하다. 카이스트 제공
연구진은 2015년부터 수집한 30여만장의 실제 유통 위변조 이미지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특정한 유형에 대한 탐지법 대신 다양한 위·변조 영상에서 발생하는 미세 신호를 파악해 ‘필수변이’로 분류하고 이를 탐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며 “그 결과 사전에 변형 유형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변조 발생을 정확도 높게 탐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변형 유형을 알지 못하는 무작위 이미지에 대해서 평균 탐지 정확도 90~95%, 변형 영역에 대한 추정 확률 90%로 탐지해냈다. 이 교수는 “포털·언론이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검증해 왜곡정보 제공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딥페이크 이미지에 대한 탐지 정확도가 낮아, 이 교수는 “향후 딥페이크용 기술을 추가로 개발해 이번에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통합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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