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우산을 쓴 남성이 매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전면 중단 위기에 놓였던 중국 화웨이에 대한 국내 업체의 부품 수출에 초록불이 켜졌다. 다만 본격적인 수출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에 수출 허가를 신청한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품 중 일부 품목들에 대해 허가를 받았다. 허가는 해당 부품에 대한 수량이나 기간의 제약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쪽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번 허가는 지난 9월15일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 대상을 화웨이 납품용 반도체에서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만든 모든 종류의 반도체가 포함된 제품’으로 확대한 이후 전면 중단된 국내 기업의 첫 수출 허가신청 승인 사례다. 오엘이디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해온 엘지(LG)디스플레이를 포함해 반도체를 수출해온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도 미국 상무부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허가가 곧바로 화웨이에 대한 수출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일부 제품들에 대해 수출 신청을 허가한 것이어서 화웨이의 구매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허가가 나오는 부품들을 보면 최신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이 중단된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패널만으로 완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도체가 풀려야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텔과 에이엠디(AMD) 등 미국의 반도체업체는 미 상무부로부터 화웨이에 피시(PC)와 서버용 반도체에 대한 공급 허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수인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출 허가 사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중국 내 다른 업체들로부터 조달이 가능하거나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만 미국이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 허가를 받은 오엘이디 패널은 중국 업체인 비오이(BOE) 등으로부터도 구매할 수 있어 실제 수출로 연결될지도 미지수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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