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화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은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 일부에게만 ‘몰래’ ‘차별적’으로 입막음성 보상금을 지급해온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집단소송제의 도입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적절한 사례다.
참여연대는 19일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의 민원자료를 분석해, 이통사가 가입자의 5G 서비스 불만에 대해 금전 보상한 11건의 사례를 공개했다. 11건의 민원 내용은 △5G 서비스지역 안내 누락 △개통철회 지연처리 △5G 통신품질 불만 △5G 가입으로 사라진 기존 혜택에 대한 불만 등이었다. 보상은 현금 지급 또는 요금 감면의 형태로 이뤄졌다. 건별 보상규모는 12만~ 44만원(평균 25만원)이다.
과기부가 지난 8월5일 발표한 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조사를 보면, 5G 평균 전송속도는 다운로드 656.56Mbps, 업로드 64.16Mbps였다. 이 결과는 통신사가 5G 출시 당시 홍보한 ‘엘티이(LTE)보다 20배까지 빠른 속도’와는 차이가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낸 조정신청이 지난해 말 5건에서 2020년 8월엔 82건으로 증가한 건 5G 통신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난 8월31일까지 5G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4G 엘티이(LTE)로 돌아간 가입자도 8월 말 기준 전체 5G 가입자(865만명)의 6.5%인 56만2656명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국민신문고 민원이나 방통위 분쟁조정을 신청한 극소수의 5G 가입자들만이 소액 보상금을 받고 있고, 불통현상으로 고통 겪는 다수의 5G 이용자들은 정부와 이통사의 공식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상이 이뤄진 11명의 사례는 객관적 피해 내용과 보상 기준에 따른 게 아니라 과기부와 통신사들의 부처평가 개선과 민원 해소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게 정필모 의원은 판단이다. 고객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 5G 불만 민원을 접수하면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통신사에게 민원 해소를 요청하고 그 과정에서 금전보상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정 의원은 “동일한 민원 내용을 통신사에 문의하면 ‘품질 불만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통신사 공식답변이 있을 뿐 금전보상 언급은 없는데 국민신문고를 통하면 금전보상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5G 불통문제의 책임을 부인해왔던 과기부와 이통3사가 공식적인 책임인정이나 피해보상 없이 민원제기 이용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개별 보상금을 지급하며 5G 불통문제를 축소해온 행위”라며 “정부는 5G 불통 피해자를 파악하고 보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일괄적이고 공개적인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원적 피해가 되풀이되는 걸 막으려면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통신 피해액 소송은 비용이 커서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이통사들이 반사적 이익을 얻는 구조”라며 “일부 소비자들의 소송만으로도 동일한 피해자들이 일괄구제를 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가 필요한 전형적 사례가 통신서비스”라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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