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시 주어지는 판매보조금 차이가 이용자별로 최대 180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단말기 유통법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단말기유통개선법(단통법) 위반사항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 불법보조금 액수가 가입자에 따라 1만원에서 185만원까지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이동통신 가입자 734만명중 영업채널별·지역별로 표본추출한 119개 유통점의 가입자 18만2070명을 대상으로 불법보조금 지원 실태를 조사했다. 이 기간 조사에서 이통3사가 지급한 불법보조금은 267억원으로 집계돼, 방통위는 이통3사에 51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업체별로는 에스케이텔레콤(SKT) 129억5천만원, 케이티(KT) 66억7천만원, 엘지유플러스 71억7천만원의 초과지원금을 뿌렸고, 과징금은 에스케이텔레콤 223억원, 케이티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이 부과됐다.
정필모 의원실이 방통위 자료를 상세분석한 결과, 각 유통단계에서 불법보조금의 규모와 소비자 차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한 판매점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제외하고 소비자에게 185만1000원의 초과지원금이 지급된 사례가 있어, 1만원의 초과지원금을 지원받은 소비자와 비교해 185배 차이가 났다.
단통법은 통신사별 공시지원금 초과 15%까지는 합법으로 간주하므로, 185만원의 초과지원금은 단말기별로 수십만원에 이르는 이통사의 공시지원금과 별개다. 실제로는 통신서비스 가입 때 200만원을 넘는 지원금이 주어졌다는 의미다. 정필모 의원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방통위에 185만원의 불법보조금이 제공된 통신사 상품과 통신단말기에 대한 상세정보를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대 20만~30만원대의 공시지원금과 별개로 185만원의 불법적 초과지원금을 받으며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사례는 현재 이통통신 시장의 유치 경쟁과 단통법의 실효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통신단말기와 통신상품이 가입자에게 185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했을까?
이통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가능한 경우를 알아봤다. 지난해 출시된 최고가 단말기는 240만원에 이르는 갤럭시폴드여서, 높은 유통단계에서 공시지원금을 초과하는 보조금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갤럭시폴드는 제외된다. 방통위 조사자료에서, 185만원의 불법보조금 지급 사례는 판매점을 통한 엘티이(4G) 가입 경우였다. 갤럭시폴드는 지난해 9월에 5G 모델로 국내 출시됐다.
정필모 의원실이 방통위가 조사한 단통법 위반(2019.4~8월) 전체 데이터를 재분류한 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 통신업체 직원은 “2018년 말 출시된 국내 스마트폰 모델의 경우 2019년 상반기에 공시지원금은 15만원 수준이었지만 제조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에게 약 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공짜폰’으로 유통됐다”며 “하지만 제조사와 통신사만의 통상적인 지원금으로는 185만원 초과지원금 지급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인터넷과 IPTV 등 통신사 결합상품에 가입한 이용자가 통신사 번호이동을 할 경우 수십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하게 되는데 2~3년 약정 조건으로 결합상품 위약금을 판매점이 지원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통신사 대리점들이 관리하는 판매점은 매월 실적 압박이 있는데, 해당 판매점과 대리점간의 관계도 변수다.
소비자간 차별적인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단통법이 도입되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비자간 수백배에 이르는 보조금 차별이 여전한 상황이다.
정필모 의원은 “이번에 공개한 상세 분석자료는 그동안 방통위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으로 단통법 위반의 실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초데이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방통위는 법 위반자료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공개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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