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청약 마지막날인 6일 서울 영등포구 엔에이치(NH)투자증권 영업부금융센터를 찾은 투자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엔에이치투자증권 제공
“공모가가 기업가치 대비 너무 높다. 상장한 뒤 바로 팔 것이다.”(72살 투자자)
“비티에스는 더 잘 나갈 거다. 이럴 때 ‘비싼 굿즈’ 한 번 사 보자.”(비티에스 팬)
남성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엇갈린 평가 속에 이틀에 걸친 일반공모주 청약을 6일 마쳤다. 청약 경쟁률은 606.97대 1, 청약증거금은 58조4236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쟁률은 에스케이(SK)바이오팜(323대 1)보다 높았지만 카카오게임즈(1525대 1)보다는 낮았고, 증거금은 역대 최대 기록인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와 비슷했다. 1억원을 증거금으로 냈다면 2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청약 시작 전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1117대 1)에 근거해 ‘1억원에 1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그보다는 경쟁이 덜 치열했다.
빅히트 공모가가 13만5천원으로 카카오게임즈(2만4천원), 에스케이바이오팜(4만9천원) 등 다른 신규 상장 주식보다 높다 보니 마지막까지 청약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기업이 남기는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됐는지 가늠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빅히트가 약 76배(상반기 지배기업 귀속 순이익 기준)로 경쟁사인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40배)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높다. 시장이 보기에 기업 실적보다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여겨지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투자금 대비 청약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적다 보니 투자수익률도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에 2주를 청약하면 첫날 ‘따상’(시초가 두 배 형성에 상한가)할 때 43만2천원 차익을 봐 투자수익률이 0.004%에 그친다. 같은 1억원으로 상장 당일 101만9200원(투자수익률 1%)을 번 에스케이바이오팜에 못 미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증권사 지점에서 <한겨레>와 만난 양아무개(72)씨는 “일단 청약을 하긴 했지만 공모가가 비싸기도 하고 코로나19로 공연 매출도 줄어들어 주가 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아무개(62)씨도 “넣는 돈 대비 배정 주식 수가 너무 적어 청약을 포기했다”며 “이걸 청약하느니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빅히트 매출의 80% 이상이 비티에스에서 나온다는 점과 비티에스 주요 멤버의 군 입대 가능성도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비티에스의 세계적 인기와 온라인 팬 플랫폼 ‘위버스’의 확장성에 주목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섰다. 은행예금을 인출해 청약했다는 주부 이아무개(43)씨는 “비티에스 인기가 워낙 뜨겁고 잘 알려져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비티에스 팬들도 공모주를 ‘비싼 굿즈’(연예인과 관련된 상품)라 부르며 청약 대열에 합류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케이뱅크의 ‘빅히트 공모주 갖기 프로젝트’ 대출 이벤트를 활용해 주식 청약에 나섰다. 빅히트 주식 투자자 오픈채팅방에선 “비티에스와 위버스 가치에 비하면 저평가된 가격”, “상장하면 팬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사줄 것”이라며 주가상승 기대 심리를 내비치는 이들이 상당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빅히트 목표 주가는 24만원(아이비케이투자증권)에서 38만원(하나금융투자)까지 천차만별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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