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책바가 지난 8월 판매한 ‘어거스트 큐레이티드 박스’. 향수와 시집, 과실주와 증류주 등을 넣어 소비자들이 공간 경험을 하도록 했다. 책바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저녁과 밤 영업 중심인 매장들의 타격이 특히 심하다. 이에 소비자들이 집에서도 매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생존을 꾀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오프라인 영업 손실을 만회하는 돌파구인 셈이다. 소비자들도 가게와 제품에 대한 신뢰로 구매에 나선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술 마시는 책방’으로 유명한 ‘책바’는 평소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 반까지 영업을 한다. 그러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돼 저녁 7시에 문을 열고 9시에 닫다 보니, 최근엔 개업 5년 만에 처음 손님이 없는 날도 있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달 내놓은 ‘어거스트(8월) 큐레이티드 박스’라는 이름의 상품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홍보 판매된 이 상품은 향수 브랜드 구딸 파리의 미니어처 향수 2개와 향수와 어울리는 시집 1권, 과실주와 증류주 1병으로 구성된 꾸러미다. 책과 술, 향을 함께 즐기기 좋은 음악 리스트까지 담았다. 출시 이후 준비된 120상자가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인성 책바 대표는 “저희는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는 그런 공간 경험을 하는 곳인데, 코로나19로 앞으로 더욱 공간을 찾으시는 분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서 ‘책바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이런 기획을 진행할지 여부는 고민 중이지만,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장기화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더 시도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의 ‘술 중심 문화공간’ 라꾸쁘의 추석 선물 세트. 와인 정기구독에 성공한 뒤 맞춤형 선물 세트 등으로 판매를 확장하고 있다. 라꾸쁘 제공
정기구독 서비스로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는 업체도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술 중심 문화공간’을 내세우는 ‘라꾸쁘’는 가격과 구성에 따라 월 1~2회 받아 볼 수 있는 와인 구독으로 지난 3~4월 ‘코로나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특히 구독 서비스 특성상 6개월이나 1년씩 선결제하는 덕을 톡톡히 봤다. 양진원 라꾸쁘 대표는 “내방 고객이 적을 때 와인 구독 판매가 정말 도움이 됐다”며 “기대하지 않았던 효자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개업 초기에 정기구독을 결제한 한 수입업체 직원 이상명(33)씨는 “좋아하는 가게 단골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제품에 만족하고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구독이 끝난 뒤에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엔 추석 선물 세트를 구성별로 10만~2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상품 범위를 선물 세트로까지 넓힌 것이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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