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이후 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면 부채에 의한 성장의 한계가 드러날 뿐 아니라, 개인의 금융자산 배분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고용 극대화와 더불어 물가안정이다. 2012년 이후로는 개인소비지출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해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올해 7월까지 물가상승률은 1.4%에 그쳤다.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도 1.6%로 2%를 하회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올해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6조달러에 근접하는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2019년 미국의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 지디피보다 평균 1.6% 낮았다. 그만큼 수요가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이후 저임금 등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해서 미국에 공급해준 것도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 정책 당국은 전례 없는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2조2343억달러를 가계와 기업 지원금 등으로 지출했는데, 이는 미 연방정부 연간 예산의 47.5%에 해당한다. 연준은 지난 3월 두 차례 긴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인하했다. 또한 연준은 3~6월 사이에 거의 3조달러 자산을 늘렸는데, 그만큼 시중에 돈이 공급된 것이다. 이런 정책으로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 무렵에는 실제 지디피가 잠재 수준에 접근해가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은 글로벌 공급사슬망(global value chain)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것처럼 각종 상품이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만들어져 교역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되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상당 부문의 상품을 자기 국가나 근접지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사고로 변하고 있다. 중국의 임금도 오르면서 이전과 같이 세계에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요와 공급 요인을 살펴보면 1980년 이후로 지속되었던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앞으로 2~3년 이내에 마무리되고 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수 있다. 미 연준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천명한 만큼 초기에는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결국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을 편 결과, 각 경제 주체 부채가 크게 늘었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가격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눈앞의 일은 아니지만 미리 대응할 필요는 있다.
김영익 ㅣ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