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ARM 인수 불발 가능성
ARM, 모바일 칩 설계 독점 ‘공공재’
“화웨이 죽이기” 트럼프엔 새무기
중국, 독점 내세워 승인 불허 가능성
영국서도 반발 ‘고강도’ 심사 예고
“NXP 인수 실패한 퀄컴짝 날 수도”
ARM, 모바일 칩 설계 독점 ‘공공재’
“화웨이 죽이기” 트럼프엔 새무기
중국, 독점 내세워 승인 불허 가능성
영국서도 반발 ‘고강도’ 심사 예고
“NXP 인수 실패한 퀄컴짝 날 수도”
지난 13일 미국의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설계 기업 암(ARM)을 인수한다고 발표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가운데, 인수 불발 가능성이 솔솔 고개를 들고 있다. 엔비디아의 암 인수는 미국·영국·중국·유럽연합 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중국의 승인 불허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영국 내에서도 자국의 첨단 기업이 미국 기업에 인수당하는데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쪽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암이 미국 기업 손에 넘어갈 경우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새로운 압박수단이 추가되는 셈이어서다. 미국은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에스엠아이시(SMIC)에 대해서도 중국군과의 연계성을 이유로 들어 제재를 검토 중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지난 15일 “중국 반도체산업이 미국의 통제 아래 처할 수 있어 중국 규제당국이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4년 전 소프트뱅크의 암 인수 당시에도 영국 정부는 본사의 영국 내 유지와 5년간 새 일자리 1300개 창출 등을 요구한 바 있는데, 이번 독점규제 심사과정에선 이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각국의 전략적 사업 분야인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인수·합병(M&A)을 위해선 넘어야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통신칩 기업 퀄컴은 지난 2016년 네덜란드의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엔엑스피(NXP)를 44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18년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 거부로 결국 실패한 바 있다. 퀄컴은 외려 엔엑스피에 위약금 20억달러를 지급했다.
암이 반도체산업 생태계에서 ‘중립국’ 또는 ‘공공재’라 불리는 등 독특한 지위를 지녀왔던 점도 엔비디아 최종 인수의 걸림돌이다. 199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애플과 에이콘컴퓨터에 의해 설립된 암은 스마트폰용 저전력 반도체(AP)를 제조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설계 전문 기업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퀄컴, 에이엠디(AMD) 등 1000여 기업에 기술라이선스를 판매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칩설계 독점기업이다. 어느 한 나라나 기업의 손에 넘어가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5일 “암은 수많은 고객사에게 기술라이선스를 제공하고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 중립적 기업이라는 점이 성공 열쇠였으나 이번 인수계약으로 장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암의 고객사였던 삼성, 애플, 퀄컴 등은 모두 엔비디아의 경쟁자다. 과거 소프트뱅크 인수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잰슨 황이 암 인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암의 수익은 반도체 기술라이선스 제공에서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엔비디아 경쟁사를 불리하게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며 기존의 중립 모델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계약에 대해 “현실적으로 영국도 중국도 허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미중 관계를 감안할 때 중국이 순순히 허가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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