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25일 국무회의 의결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던 ‘공정경제3법’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고 소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재벌개혁’ 법안들로 여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상법 일부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는 가격·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중대담합에 한해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을 넓히고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도 상장 20%→30%, 비상장 40%→50%로 강화했다.
상법 일부 개정안에는 소수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됐다.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쳐 모회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에도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이사와 감사위원을 따로 선임하도록 해 대주주로부터의 감사위원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금융그룹감독법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끌어와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감독 대상이 되는 그룹은 삼성,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디비(DB·옛 동부) 등 6개다.
문제는 법안 통과 여부다. 지난 6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개의 공정경제 법안은 민주당의 총선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며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공정경제 입법을 21대 국회에서는 완성하겠다”고 말했으나, 야당과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 하반기 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진 것도 입법 논의에 등장한 또 다른 변수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 간 거래 위축 등 경영부담을 대폭 가중시켜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소기업이 받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공정경제가 더욱 중요하다”며 “길게 끌수록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올해 정기 국회나 내년 초까지는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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