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10분기(2년 6개월)만에 가장 큰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금리가 낮아지자 빚을 내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대출과 카드사용으로 진 빚을 의미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천억원으로 1분기보다 25조9천억원(1.6%) 늘었다. 2분기 가계신용 증가폭은 전분기 증가폭(11조1천억원)의 2.3배에 달한다. 1년 전과 견주면 80조5천억원(5.2%)이 불어나 2018년 4분기(86조1천억원·5.9%)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23조9천억원(1.6%) 늘어난 1545조7천억원으로, 2017년 4분기(28조7천억원) 이후 10분기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7조7천억원(5.3%) 증가해 2018년 3분기(86조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4조8천억원 늘어난 873조원으로 전분기 증가폭(15조3천억원)보다는 소폭 축소됐지만 지난해 2분기(8조4천억원)와 견주면 크게 확대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전세자금에 대한 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분양물량 증가에 따른 집단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사가 포함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이 10조3천억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43.1%를 차지했다. 금융중개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5년 2분기(25조4천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증권사 신용공여액이 사상 최대인 7조9천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2분기 들어 국내외 증시가 반등하자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이런 영향으로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금융권 전체로 9조1천억원 늘어 1분기 증가액(1조9천억원)보다 훨씬 커졌다.
신용대출은 3분기 들어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 1조1천억원에서 6월 3조7천억원으로 급증한 금융권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7월에도 4조원 늘었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데 따른 ‘풍선효과’에다 전세값 상승으로 부족해진 자금 마련과 주식투자 수요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18일 신용공여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16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주식과 주택 매매에 활용돼 증가 폭이 더욱 커진 신용대출에 대해 금융권이 각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1분기에 큰폭 감소했던 판매신용(카드 결제전 사용금액) 잔액은 자동차 등의 소비 증가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2조원(2.2%) 증가세로 전환됐다.
한광덕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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