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미 달러지수(DXY)가 2년 만에 최저치라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200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주요 통화와 견주면 달러 가치가 약세지만, 원화와 견주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28일 미국 금융정보업체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가 제공하는 미 달러지수는 93.83으로 이달 1일 97.2와 견줘 3.5% 하락했다. 전날인 27일엔 93.54까지 떨어져 2018년 5월(93.47) 이후 최저치였다. 선진국 미 달러지수는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줘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지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코로나19 영향을 다른 국가보다 크게 받았고 기준금리도 인하해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유로화 가치는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1달러당 원화 가치를 비교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부터 두 달째 1190원과 1200원 사이에 머물러 있다. 3월 한때 1285원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선진국 통화만큼 달러에 대해 강세를 띠지는 못하는 셈이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강세를 띠려면 국내에 외환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수출 실적도 낮고 금융시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른 통화만큼 원화가 강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글로벌 달러 가치가 약세이니 원-달러 환율도 내리지 않겠냐”고 기대하지만 실제론 국내 달러 수급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뜻이다.
신흥국 화폐를 비교 대상으로 놓으면 달러 가치는 여전히 강세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신흥국 통화에 견줘 달러 가치를 산출한 ‘신흥국 달러 지수’를 보면 7월2일 131.79에서 24일 131.1766으로 큰 변화가 없다. 원-달러 환율은 선진국 달러지수보다는 신흥국 달러지수와 더 유사해, 이를 참고하는 편이 낫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통화가치만 놓고 보면 한국은 아직 선진국보단 신흥국에 더 가깝다. 상관계수도 선진국 달러 지수와는 0.5에 그치는 반면 신흥국 달러 지수와는 0.85로 더 높다”고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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