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수정 지시를 함에 따라, 다음주 발표될 최종안은 원안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쪽으로 바뀔 전망이다.
기재부는 지난달 25일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내놓은 바 있다. 2023년부터 연 2천만원을 넘는 주식 양도 차익에 20%의 양도소득세(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고, 대신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는 2022년과 2023년 두차례에 걸쳐 0.1%포인트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편안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양도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과 “양도세 부과는 개인투자자의 자산 증식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또 간접투자상품인 주식형 펀드에 대해선 주식 직접 투자와 달리 양도 차익 2천만원 기본공제를 적용하지 않고 양도 차익 전액에 대해 과세하기로 해 간접투자를 장려해온 정부의 기존 정책에 어긋난다는 논란도 빚어졌다.
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안에 수정 지시를 내린 건 개인투자자들의 이런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편안 수정을 지시하면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들을 응원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재부는 증권거래세는 주식 거래에, 양도소득세는 주식 매도 때 벌어들이는 이익에 부과되는 것이라 이중과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주식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도 기본공제 액수가 커 전체 개인투자자의 95%가량은 과세 대상이 아니고, 거래세 인하로 대부분의 투자자는 오히려 세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날 수정 지시로 기재부의 금융세제 개편안 원안은 추가로 세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7일 공청회 등 여론 수렴을 통해 개편안을 마련 중이고, 대통령의 지시도 있어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주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용에 대해서는 “지금은 드릴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기재부 안팎에선 구체적인 수정 내용과 관련해 개편안에서 연 2천만원으로 제시한 주식 양도 차익 과세 기본공제 금액을 조정해 양도세 부과 대상자를 줄이거나,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다만 기본공제 금액을 상향할 경우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함으로써 금융세제 개편의 기본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본공제 2천만원도 높은 수준인데, 이보다 더 높이는 것은 조세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폐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외국인의 주식 거래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없게 되는데다 단기매매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서다. 또 2018년 8조3천억원에 달했던 증권거래세가 없어질 경우,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문 대통령의 수정 지시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통령의 금융세제 개편안 수정 지시를 환영한다”며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 손익통산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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