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가치를 구매하는 ‘활동하는 소비자’의 등장
사회 변화 이끄는 소비전략 ‘바이소셜 캠페인’ 진행
가치를 구매하는 ‘활동하는 소비자’의 등장
사회 변화 이끄는 소비전략 ‘바이소셜 캠페인’ 진행
소비자의 의미가 재구성되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이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수동적 행위자를 넘어서 생산을 주도하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활동하는 소비자’로 전환되고 있다. 활동하는 소비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직접 투자자가 되고, 버려진 방수천과 안전벨트 등 산업 폐기물로 만든 가방을 구매해 재활용의 가치를 소비하며, 장애인 고용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에서 커피와 다과를 구매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민을 위해 착한 소비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소비자의 시민적 역할: ‘경제’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은 그동안 생산자보다 덜 중요하게 인식돼 온 소비자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경제·사회·환경적 변화를 이끌어가는 소비 전략으로 등장한 ‘바이소셜 캠페인’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이 공동주관하고, 고용노동부와 사회적기업 행복나래가 후원했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가치 소비 실천을 독려하는 바이소셜 캠페인은 2012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 사회적기업협의회는 사회적경제기업 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소비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실천방법으로 공감대를 얻으면서 아일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러시아, 태국 등으로 캠페인이 확대됐다. 앞서 진행된 ‘바이소셜 캠페인 선언식’에 참여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바이소셜은 사회적경제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적인 소비로 환경오염을 막을 수도,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릴 수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도 있는 소비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랩2050(LAB2050) 대표는 발제에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장 부강한 나라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점을 꼬집으며, “경제 성장과 재무적 가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사회적 가치 추구로의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바이소셜 추진위원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시민들이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본주의 욕망의 부작용을 자각하게 된 것 같다”며 사회를 다시 세우고 보호하는 운동으로서 바이소셜 캠페인의 의미를 전했다.
바이소셜 캠페인 컨설팅을 맡은 이채관 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는 바이소셜의 의미를 “환경, 생태, 기후변화, 동물권, 노동권, 페미니즘 등 다양한 이념적 가치들을 소비의 새로운 가치 체계로 맥락화하고, 소비를 통해 지구적 시민권을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활동”으로 확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화 <82년생 김지영>, <걸캅스>에 시민들의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어나면서 소비가 가치 지향의 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영화 관람을 하지 않아도 여러 장의 영화 표를 구매해 페미니즘 가치를 지지했다. 최근 채식선택권 보장이나 동물권 보호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이 활발히 전개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토론에 앞서 좌장을 맡은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은 “그동안 사회적경제는 이미 소비자와 생산자, 노동자 간 경계를 허물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의 정체성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지만, 각 역할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효진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 주무관은 “소비자의 가치 소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넘어서 집단화된 소비를 통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생활협동조합처럼 집단화된 소비 조직이 소비 이상의 활동을 하고, 사회 변화를 위해 자발적인 참여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바이소셜 성공을 위한 생산자의 역할을 되짚었다. 그는 최근 사회적경제 제품을 사용하면서 보낸 일상을 공유하며 주변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체험을 하면서 허기가 느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사회적경제 기업이 소비자의 허기를 달래줄 질 좋고 편리한 상품을 먼저 만들어야지, 허기를 채워주지도 않을 건데 소비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하 세이프넷지원센터 성장지원팀 매니저는 “생산성을 높이고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영세한 사회적경제 기업에는 막막한 말이기도 하다”며 “현재 할 수 있는 수준에서라도 구체적인 판로지원 사업을 펼치는 등 사회적경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바이소셜 캠페인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원재 대표는 “캠페인은 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에 나설 때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고, 이채관 대표는 “바이소셜 캠페인의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보니 핵심은 수용자들이 캠페인에 공감하고 직접 기획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경 센터장도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가치를 요청하는 방식의 운동은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다시 보기: youtu.be/WX6xr8Jj0Fg
지난 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소비자의 시민적 역할: ‘경제’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이원재 LAB2050 대표, 이채관 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 김경민 바이소셜 추진위원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현하 세이프넷지원센터 성장지원팀 매니저, 신효진 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 주무관,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이사.
지난 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소비자의 시민적 역할: ‘경제’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포럼에 앞서 진행된 ‘바이소셜 캠페인 선언식’에서 참가자들이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연사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