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제를 일부 폐지하고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에 나선다. 법무부도 소수 주주의 권리 강화 등을 앞세운 상법 개정안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인 2018년 경제민주화·공정경제를 앞세워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을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10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1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가격담합(짬짜미)이나 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중대 담합 사건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그간 ‘재벌 봐주기’ 논란을 부른 불씨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것도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다.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 기준 범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 대상 기업을 넓혔다. 현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기업은 20%) 이상인 기업만 규제 대상이지만, 개정안에선 비율을 20%(비상장도 동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 기업이 현재 210곳에서 591곳으로 381개 늘어난다. 이외에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총수가 지휘하는 지주회사의 책임성을 높이고 무리한 계열사 확대 시도를 줄이려는 조처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도입 방안은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시브이시를 도입하려면 일반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금융회사를 두지 못하게 한 현행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제2 벤처붐 조성을 위해 시브이시 도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국회에 이미 시브이시 허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시브이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핵심이다. 대기업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모회사의 소수 주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안이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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