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제6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3년간 3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를 강화하고 원격교육·비대면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공공시설과 주력 제조업을 녹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55만개를 2022년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또 코로나19 경기 위축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내수소비·투자 활성화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외 공장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에 대한 세제·입지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6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대책을 총동원하겠다”며 “적극적인 세제지원으로 대대적 소비진작과 국내 관광 활성화를 촉진하고, 민간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우리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해나가면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새로운 기회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할 한국판 뉴딜은 데이터·5G·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뉴딜과 공공시설의 탄소 배출을 없애는 그린 리모델링 등 그린 뉴딜이 두축이 된다. 여기에 고용안전망 강화도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7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는 디지털 뉴딜에 13조4천억원, 그린 뉴딜에 12조9천억원, 고용안전망 강화에 5조원 등 31조3천억원을 투입해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7월에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과 세부 일정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해선 소비·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국민 1618만명을 대상으로 1684억원에 달하는 숙박·전시·관광·체육·공연·외식·영화·농수산 등 8개 분야 할인쿠폰을 발행해 9천억원 규모의 소비를 유도할 방침이다. 기업이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설비투자 세액공제제도를 기존 10개에서 1개로 단순화하고 세액공제 적용 범위도 대폭 확대한다. 국내 유턴 기업은 수도권 규제 범위 내에서 수도권에 공장 부지를 우선 배정하고, 해외사업장 생산량 50% 이상을 감축하고 돌아온 유턴기업에만 법인세·소득세를 줄여주던 것을 생산량 감축 요건을 없애고 감축량에 비례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현재 지주회사체제인 에스케이(SK)·엘지(LG) 등도 벤처캐피탈을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차등의결권도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같은 재정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올해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지난해 12월 전망)에서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1.2%)과 한국은행(-0.2%)이 잇따라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가운데, 이번 정부 전망치는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 ‘역성장’은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담긴 수치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하거나 겨울철 2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정훈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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