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신과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변화를 가져올 관련 법안들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상임위에서는 여야간 격론없이 통과했지만, 공인인증서 폐지를 빼곤 시민사회와 업계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 요금인가제 폐지
1991년부터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새 요금제를 만들 때마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했다. 2·3위 사업자는 1위 사업자의 인가내용을 참고해 요금제를 내놨다. 이번 개편안은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1위 사업자 점유율이 46~48% 수준으로 낮아진 점을 고려한 방안이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가 경쟁하면서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거를 댄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경실련 등은 11일 “요금인가제 폐지는 ‘이동통신의 공공성 포기’ 선언”이라며 지난 정부 시절의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 완화법안’이라고 반대 성명을 냈다.
■ n번방 방지법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을 막기 위한 디지털성범죄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게 ‘n번방 방지법’이다.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기업(ISP)에 성착취물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개인간 통신에 적용될 경우 통신비밀과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카카오톡의 비공개대화방이나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 통신의 경우 사업자가 모니터링을 위해 암호화기술을 무력화하고 통신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 상임위 논의에서 민감한 부분은 시행령으로 미루고 미봉상태로 통과됐다. 이와 관련해 오픈넷은 13일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는 입법을 중단하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인터넷 업계는 모니터링 의무화가 적용될 경우 텔레그램처럼 국외 사업자는 손도 못대고 국내 기업만 의무를 부과하는 ‘역차별 규제’를 우려한다.
■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국외 콘텐츠사업자도 국내법을 준수할 대리인을 주고 서비스 품질 안정화를 위한 기술적 조처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통신사에 망이용료를 내지 않고 이용자 보호 주체도 없었던 국외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각각 연 700억원, 300억원씩 망사용료를 내오던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기업은 반대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망 품질관리는 통신사 일인데 콘텐츠기업에 의무를 지우는 건 비용 부담을 넘어 추가적인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공인인증서 폐지
공인인증서는 박근혜 정부때 ‘천송이 코트’ 구매이슈가 불거져 의무화가 폐지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조회 때도 공인인증서가 필수였다. 의무화 폐지에도 불구하고 ‘공인’이란 말 때문에 사설인증 서비스가 자리잡기 어려웠다. 개정안 통과로 ‘공인인증’이 사라지면 다양한 인증서비스가 비로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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