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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분권과 협치가 시대정신…사회적경제 비빌 언덕 되겠다”

등록 2020-05-04 09:39수정 2020-06-15 15:45

사회연대경제 구청장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좌담

김영배 당선자
“지금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
사회적 경제·사회적 가치 법제화로
국회가 공공성 실현에 앞장서야”

“중앙·지방정치·시민 협치로
모범사례 만들어야 제도 변화 용이”

민형배 당선자
“코로나19가 사회의 중요성 일깨워
사회적 경제는 사회를 복원하고
사람 간의 관계 재규정하는 과정”

“선거 결과에 민심의 무서움 느껴
기대 벗어나는 순간 지지 철회할 것”

이해식 당선자
“사회적 가치의 확대가 곧 공공성
사회적 가치 확산시키려면
국회가 나서 자치분권 실현해야”

“자기 지역만 챙기려 하면 결국 실패
지방정부 간에도 연대와 협동 필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임원진 출신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영배 당선자(서울 성북갑), 민형배 당선자(광주 광산을), 좌담회 사회를 맡은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해식 당선자(서울 강동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임원진 출신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영배 당선자(서울 성북갑), 민형배 당선자(광주 광산을), 좌담회 사회를 맡은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이해식 당선자(서울 강동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장과 경쟁, 효율성 위주로 짜인 사회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새판 짜기’ 모색 과정에서 공존과 연대와 같은 공동체적 가치가 주목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사회적 경제의 근본 원리이기도 한 이런 가치들이야말로 시장주의로 무너진 공동체를 복원하고 공공성의 가치를 되살릴 묘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선 풀뿌리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의 싹을 틔우고 가꾸는 데 앞장섰던 기초단체장 출신 후보 3명이 나란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영배(서울 성북갑), 민형배(광주 광산을), 이해식(서울 강동을)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이들은 구청장 시절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에서 주역으로 활동해온 ‘풀뿌리 사회적 경제 전도사’들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이들에게 구청장 시절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초선 국회의원으로서의 포부 등을 들어보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송경용 성공회 신부(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의 사회로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진행됐다.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 어려운 과정을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당선 소감 먼저 들어보자.

민형배 첫날에는 기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운 느낌이 들더라. 광주에선 4년 전과는 정반대로 지역구 8석 모두를 저희 당에 몰아주셨는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기대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어!’ 그런 느낌이랄까. 정말 무거운 책무감을 느낀다.

이해식 저도 비슷하다. 선거 결과를 보고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어깨가 짓눌려 있는 느낌이다.

김영배 180석이 나왔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두분이 ‘무섭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저도 공감한다. 시민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성장한 일꾼에 대해 기존 여의도 정치와는 다른 기대와 평가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회 공통적으로 책무감과 부담을 말씀하셨는데, 유례없는 큰 승리를 거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영배 ‘국난을 극복하자’라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미증유의 위기를 여당이 책임지고 극복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시민들의 ‘주권선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해식 국민들이 이런 국난 상황에선 적어도 미래통합당 세력에게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

민형배 김영삼 정부 말기에도 외환위기라는 국난이 발생했는데, 그때는 집권세력이 무너졌다. 왜 그때는 집권세력이 무너졌고, 이번에는 여당이 이겼을까? 정부와 시민 사이에 신뢰가 있느냐가 근본 차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는 촛불의 연장선에서 주권자 정치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우리가 궤도에서 이탈하는 순간 지지를 철회할 거다.

사회 세분 다 구청장 시절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쓰셨는데, 성과와 아쉬웠던 점을 말해달라.

민형배 공공 영역에서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생활쓰레기 수거 업무를 협동조합을 만들어 맡기기도 했다. 아동보호사 등 평생학습 강좌를 개설했더니 수강한 시민들이 사회적기업으로 발전시키더라. 공공 영역에선 의지를 갖고 하면 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사회적 경제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유가 뭘까?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끌고 간 측면이 있다. 풀뿌리 차원에서 이뤄졌으면 좀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해식 강동구 성내동 지역에서 이뤄진 ‘엔젤공방 사업’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그 지역에 변종 카페들이 많았는데, 구청이 그 건물을 임차해서 청년들의 창업 공간(엔젤공방)으로 내줬다. 엔젤공방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임기 내내 도시농업에도 역점을 기울였다. 둘 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영배 당선자(서울 성북갑).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배 당선자(서울 성북갑).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배 사회적 경제는 ‘돈보다는 사람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선 깨어 있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아카데미’ 운영에 역점을 뒀다. 마을 주민들이 ‘시민성’을 스스로 획득하고 마을에서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다. 사회적기업 육성 조례와 같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시민들이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가치라는 영역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주변부에 머물게 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사회 세분 다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고,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고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선 또는 3선 구청장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뭔지 꾸준히 고민해온 분들이기도 하다. 이제 국가 전체의 법과 제도를 다루는 국회라는 새로운 장으로 무대를 옮기게 됐다.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적 가치는 뭘까?

김영배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1호 법안이 ‘사회적 가치 기본법’이다. 매우 중요한 법안인데 아직 국회 통과가 안 됐다. 우리 사회가 공유할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우리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21대 국회가 사회적 경제,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가치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공공성’을 꼽겠다. 개인이 가장 자유로울 때는 공공성이 가장 잘 발현되어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 자산들이 삶의 기초가 될 때 공공성 실현이 가능하다.

이해식 공공성은 바꿔 말하면 사회적 가치의 확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구청장 재직 시절 강동구에서 실시한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은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는 가치를 인식시켰다. 사회적 가치의 확대와 공공성은 함께 가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도 사회적 가치다. 내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공동체가 건강해야 내가 건강할 수 있는 거다. 건강을 사회적 가치로 내세운 게 ‘건강도시’ 사업이다. 그런데 우리 법제에 ‘건강도시’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일선 실무 담당자들이 건강도시 관련 일을 안 하려고 한다. 왜 법에도 없는 걸 하냐는 거다. 이미 있던 거지만 그걸 하나의 사회적 가치로 규정짓고 확산시켜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민형배 중요한 것은 사회 자체의 복원이다. 신자유주의가 모든 개인을 심각하게 개별화시켰는데, 코로나가 ‘사회’를 다시 일깨워줬다. 시민들이 ‘네가 건강해야 내가 건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관계를 복원하게 된 거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사회를 복원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재규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개별화, 물신주의, 시장주의 같은 것이 우리를 얼마나 위험에 빠뜨렸는지 사람들이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사회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좀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자. ‘국회에 들어가면 이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민형배 당선자(광주 광산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민형배 당선자(광주 광산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영배 두가지다. 하나는 금융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전한 경제활동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금융이다. 그런데 법률과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 지나치게 시장논리에 지배되다 보니 사회적 경제가 자리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금융, 공동체 금융, 시민 금융, 뭐라고 부르든 이런 영역을 활성화하고 싶다. 두번째는 각 도시가 저마다 특성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치와 분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제도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모범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 정치세력과 지역 정치세력, 그리고 시민이 협력을 통해 모범 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제도적 변화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민형배 저도 두가지다. 분권과 양극화 해소다. 양극화는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문제다. 분권의 경우, 그냥 정치·행정의 분권이 아니라 사회 구성의 원리로 분권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와 분권의 목표는 공존, 공생, 상생이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유는 분권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두가지 과제는 맞물려 있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민주주의의 고양이다.

이해식 자치분권 관련된 법안을 입법하고 싶다. 우리 헌법 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이다. 이 조항 때문에 공무원들은 조례가 있더라도 상위법에 없는 일은 잘 안 하려고 한다. 따라서 조례를 법령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야 자치권이 주어지는 거다. 국회가 주도해서 분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배 그런데 저는 정치를 국회로만 가두는 것이 정치가 사회 갈등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의사가 정치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 그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치와 시민이 만나서 함께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만드는 포럼이 한 예다. 이와 관련해 세분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김영배 우리가 지방정부에서 했듯이, 시민·지역사회와 연대해서 협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플랫폼이 시민들이 와서 놀고 토론할 수 있는 근거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사회적 경제 영역의 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 협력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민형배 저는 ‘시민뜻대로’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상시적으로 그곳에 제 활동을 보고하고 주민들은 그곳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오프라인에서도 계절마다 한번씩 만날 계획이다. 일종의 ‘시민총회’이다. 단지 민원을 듣자는 게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나 자신 또는 계파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겠다는 거다.

이해식 저는 ‘기후위기’ 관련 포럼에 참여하고 싶다.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포럼도 해보고 싶다. 사회 주민들의 삶을 현장에서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정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해식 당선자(서울 강동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해식 당선자(서울 강동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해식 협동조합의 원칙 중에 ‘협동조합 간 협동’이 있다. 지방정부 사이에도 연대와 협동이 있어야 한다. 지방단체장 중에는 자기 지역만 챙기고 다른 지역과의 연대는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결국 자기 지역도 성공하지 못하게 된다. 사회적인 연대가 꼭 필요하다.

민형배 두가지다. 첫째, 지자체가 주도하려 하지 말고 시민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둘째, 혼자서는 잘하기 어렵다. 협동하고 연대해야 한다. 주변의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절대 잘될 수 없다.

김영배 모범 사례를 구축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게 축적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사회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사회적 경제 기본법, 사회적 가치 기본법 등 사회적 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김영배 법안 재발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당의 당론으로 우선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당내의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빨리 재구성해서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 제 생각에는 시민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클수록 호응을 얻기가 쉽고 법이 빨리 통과되는 것 같다. 이 법안이 얼마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먼저 와닿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해식 법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미래통합당이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미래통합당이 “사회주의법”이라고 계속 이념 공세를 펴면 사회적인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작업도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

사회 세분을 보니 앞으로 정치의 품격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민형배 늘 시민들과 함께 있었고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은 정치인.

이해식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다한 국회의원.

김영배 시민과 토론하는 정치인.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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