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혼란 속에서도 에스케이(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네이버의 지난 1분기 경영 성적표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소비(수요) 침체’라는 악재가 반영됐지만, ‘언택트(비대면)’ ‘서버 수요’ ‘환율 상승’이라는 예상외의 호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가 23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영업실적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1989억원, 8003억원이었다. 전분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4%, 영업이익 증가율은 무려 239%에 이르렀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3천억원 가까이 웃돌았다. 앞서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Fn)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 평균은 5091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선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덕택에 등장한 언택트 바람과 함께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환율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차진석 에스케이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 덕택에 영업이익이 700억원 정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환율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기업은 현대차였다.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1분기 실적을 보면,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에 견줘 11% 남짓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외려 5% 가까이 증가한 8638억원이었다. 매출 역시 5.6% 늘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는 “환율 효과가 영업이익 기준 219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수 판매보다 해외 판매가 네 배 가량 많은 터라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분기 평균 1125원에서 올해 1분기 1193원으로 6.04% 뛰었다.
네이버도 2천억원을 밑돌 것이란 예상을 깨고 22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광고 매출은 줄었으나 언택트 관련 서비스 실적이 크게 늘어서다. 회사 쪽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하는 등 쇼핑 관련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온라인 개학 등의 영향으로 ‘원격 솔루션’ 이용이 확대되면서 ‘아이티(IT) 플랫폼’ 부문의 매출도 148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9% 늘었다.
다만 이들 회사는 2분기 이후 전망은 어둡게 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2월 말에 심각 단계로 격상돼 코로나19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구자용 전무(IR담당)도 “수출 물량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전망은 엇갈린다. 도현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내어 “2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오티티(OTT) 등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인한 모바일 제품 수요 부진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 시장 규모가 줄 것으로 본다. 한 예로 가트너는 지난 9일 반도체 올해 매출이 한 해 전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면 재고가 늘어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반기 반도체 수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모바일 수요 감소를 서버에서 보충해야 하는데 하반기 전망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최민영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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