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가 첫 시행되던 2018년 7월2일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직장 내 세대 갈등을 부르는 원인이 서로에 대한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윗 세대는 대략 방향을 알려주면 아랫 세대가 알아서 학습하고 업무를 처리하길 기대하는 반면, 아랫 세대는 이런 두루뭉술한 업무지시에 불만을 갖으며 구체적인 지시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8일 발표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를 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63.9%)은 세대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내 세대차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은 아랫세대일수록 더 많았다. ‘세대차이가 업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20대의 41.3%와 30대의 52.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40대에서 38.3%, 50대에서 30.7%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한상의가 30개 대·중견기업에 소속된 직장인 약1만3천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기초로 세대별 심층면접(FGI) 과정을 거쳐 작성됐다.
특히 야근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세대차이는 보다 분명해진다.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항목에 대해 40대와 50대는 긍정응답 비율이 각각 35.5%와 42.8%였으나, 20대는 26.9%, 30대는 27.2%에 그쳤다. 심층면접 내용을 보면 야근에 대해 윗세대는 “팀 전체가 남아서 일하는데 막내가 인사하고 ‘칼퇴’하는 건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말하지만, 아랫세대는 “업무시간에 열심히 일했으면 역할을 다한 것이다. 당연하게 야근을 (회사가) 요구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무지시에 대한 인식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나타났다. ‘리더의 지시가 명확한지’ 묻는 질문에 50대는 51.9%가 ‘명확하다’고 답했지만 30대의 경우 31%만 ‘명확하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윗세대는 두루뭉술하게 일을 배워왔지만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지도 세대’인 반면, 아랫세대는 명확한 지시를 바라는 ‘내비게이션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런 세대갈등의 표면적 원인을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이라고 짚었다. 실태조사에서 2030세대는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항목에 20, 30대가 각각 35.2%, 33.5%만 동의했지만, 40대는 47.4%, 50대는 66.7%가 동의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바뀐 구성원’을 담아내지 못하는 ‘바뀌지 않는 조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업무 역할과 프로세스 등이 모호해 개인 간 갈등이 생기고, 혁신과 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리더가 환경변화에 뒤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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