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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코로나·유가급락에 세계 경기침체 위기 엄습

등록 2020-03-10 21:14수정 2020-03-11 02:43

미국 증시, 약세장 문턱서고
국제유가 ‘치킨게임’ 돌입
미 에너지기업 등 신용경색 땐
금융시스템으로 위험 전이 우려

코로나19 확산과 국제 유가 폭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경기침체가 닥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특히 유가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신용 경색을 불러와 금융시스템으로 위험이 번질 수도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주가(S&P500)는 지난달 19일 고점 대비 18.9% 떨어져 약세장 진입의 기준으로 삼는 ‘하락률 20%’에 바짝 다가섰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 자료를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섰던 15번의 사례 중 경기침체로 연결된 적은 7차례로 절반 가까이 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미국 경기의 1년 뒤 침체 확률은 지난달 말 기준 30.7%로 높아졌다. 경기침체 우려는 채권시장에서 촉발됐다. 미 국채 금리는 30년물을 포함해 죄다 0%대로 떨어졌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성장률과 물가 수준을 반영한다. 유로존 경제도 올해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한 유가도 경기침체론에 힘을 실어줬다. <뉴욕 타임스>는 9일 코로나19에 유가가 ‘혼절하는’ 사태가 동시에 오면서 소비자 지출과 서비스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 분야 산업 종사자들이 일시적인 해고나 근무시간 단축 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치킨게임’이 극단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가 급락은 은행권 부채가 많은 미국 에너지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경색을 촉발하고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 3일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후해 미 투기등급 채권의 금리는 연초 대비 되레 1%포인트 상승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투기등급 채권 가운데 에너지기업이 11% 이상을 차지해 유가 하락으로 부도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실제 9일 미 증시 폭락은 엑손모빌 등 원유 관련 업체와 금융업종이 주도했다.

하지만 은행 시스템 기능 마비로 발생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는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글로벌 보험업체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금융위기와는 달리 은행과 결제시스템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코로나19의 충격은 크고 날카로울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건 금융시스템이 2008년 위기 당시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향방과 관련해 1차 분수령은 오는 12일 유럽중앙은행(ECB)과 17~18일 미 연준의 통화정책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연준이 금리인하 외에도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와 같은 추가적인 카드를 꺼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람들이 외부활동을 꺼리고 물건을 사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는 제한적인데다 인하 여력도 1%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실업급여 확대와 취약층 보호, 기업의 유동성 공급 등 맞춤형 정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공급과 수요 모두에 충격을 주겠지만, 각국의 정책공조가 이뤄지면 경기침체로 비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증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신용경색 우려에 미 연준이 단기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서는 등 주요국의 정책 개입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1조원에 가까운 매도 공세에도 0.42%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1193.2원)은 다시 1200원 밑으로 내려갔다. 중국 상하이지수(1.82%)와 일본 닛케이지수(0.85%)도 올랐다.

한광덕 조일준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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