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 ‘신나는 조합’에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주관한 ‘2020 4‧15 총선 사회적경제 공통공약 워크숍’이 열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365일 쉬지 않고 일하는 소상공인에게 휴가 주기’와 ‘프랜차이즈 갑질 횡포 막기’.
사회적경제는 과연 어떤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점주를 위한 공유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지향하는 보리네협동조합의 보리네생고깃간의 고민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첫 걸음은 일반 프랜차이즈에서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로 운영 방식을 전환한 것. 모든 점주가 동일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본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육류 원가를 공개하고 수익의 100%를 점주에게 환원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얼마 전엔 한 점주가 휴가를 누릴 수 있도록 본사가 직원을 파견했다. 덕분에 점주는 점포를 낸 뒤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사회적경제 방식의 작은 아이디어가 삶의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일자리나 지방균형발전과 같은 정책과제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차츰 늘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토대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려면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현실의 움직임은 더딘 편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 애초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됐던 사회적경제 관련 법안 통과는 20대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제 공은 몇달 뒤 구성될 21대 국회로 넘겨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신나는 조합’에선 ‘2020 4·15 총선 사회적경제 공통공약 워크숍’이 열려 21대 총선을 앞두고 사회적경제 정책 및 제도 개선 과제를 점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선 열띤 토론을 거쳐 각 정당에 요구할 10대 공통공약과 5대 부문(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공정무역) 과제가 추려졌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이 21대 총선 정세분석을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의 10대 공통공약으로는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경제조직을 통한 지방균형발전 도모 △사회적경제조직의 특수성에 부합하는 조세 및 기업환경 마련 △지방정부와 함께 사회적경제 기금 조성 △사회적경제를 통한 청년 문제 해결 △사회적경제를 통한 프리랜서(플랫폼) 문제 해결 △사회적경제를 통한 소상공인 활성화 △생활 SOC 연계를 통한 사회적경제 조직 활성화 △공공분야 서비스사업의 사회적경제 조직 위탁 운영 확대 △유휴 공공자산 사회적경제 조직 위탁 활성화가 선정됐다. 앞서 소개된 보리네협동조합 사례처럼,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 사업과 휴가지원 제도, 경영 전문가 파견지원 사업 등을 포함한 소상공인 활성화 등의 세부 내용이 포함된 게 눈에 띈다.
한편 이날 행사엔 공정무역 분야에서도 사회적경제 공약 개발 논의에 처음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황선영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부장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 사회적경제와 결을 같이하는 공정무역 부문이 처한 문제와 어려움을 사회적경제 안에서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의 안인숙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와 정책을 지난 20대 총선 준비 과정에서 제안한 덕분에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제도 개선 요구를 전달하는 걸 넘어 사회적경제가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후보자와 시민에게 알릴 수 있는 방향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공통공약을 최종 확정한 뒤, 오는 19일 정책 협약식을 열고 각 정당에 공약을 전달할 예정이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