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1%를 넘어서 지난해 0%대 저물가 흐름에서 벗어났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8년 11월 2.0%, 12월 1.3%를 기록한 뒤 2019년 내내 0%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중반에는 8월 0.0%에 이어 9월에는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 부진에 저물가가 겹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지만, 지난해 12월(0.7%)에 이어 차츰 상승 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농축수산물은 가을 장마 등으로 작황이 부진했던 배추, 무 등 채소류의 가격이 올랐고,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철 어획량이 줄어 지난해 12월(-0.8%)보다 큰 폭(2.5%)으로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는 무(126.6%), 배추(76.9%), 상추(46.2%)가 많이 올랐고, 감자(-27.8%), 마늘(-23.8%), 고구마(-21.4%) 등은 내렸다. 축산물은 설 연휴를 맞아 쇠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3.4% 상승했고, 수산물은 6.0% 올랐다.
이란 사태 등 영향으로 강세를 보인 국제유가의 영향으로 석유류도 12.4%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는 2018년 7월(12.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에 각각 0.49%포인트, 0.19%포인트 기여했다. 물가의 근원적 기조를 알 수 있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보다 0.9% 올라, 오름폭이 전달(0.7%)보다 다소 커졌다.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게 되는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1%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상승폭이 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농산물의 기저효과와 무상교육·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책 효과로 0%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됐는데, 작황 악화로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고 국제유가도 올라 물가상승을 이끌었다”며 “기획재정부 등이 공급 쪽 요인에 의한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올 상반기부터 1% 초반대 물가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 판단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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