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해였다.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가치 실현 노력과 맞물려 현장 곳곳에선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지원·협력 사업들이 논의됐다. 지난해 인증 사회적 기업 수는 2435개로 2016년에 비해 780여 개가 늘었고(2016년 1653개), 협동조합도 1만6972개로 2016년 대비 6100여 개 증가했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양적 성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에서 성과를 달성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이 협동조합의 짧은 생존율을 극복하는 일이다. 협동조합기본법(2017년) 이후 설립된 협동조합 중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절반(53.4%, 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가 무산되며,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통합적 정책 실행 기반이 미비한 것도 풀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올해 12월 서울에서는 설립 125주년을 맞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대회가 열린다. 이번 서울 대회에서는 저성장
과 기후위기라는 환경 아래 지속가능 발전의 관점에서 협동조합 역할과 책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내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협동조합의 발전 방안과 방향성을 고민해 볼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관련 서적들을 두루 추천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사회적경제 활동가와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올해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함께 나누고 싶은 도서 10권을 추천받았다. 협동조합 외에도 사회적 금융과 사회적경제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직 관리, 리더십, 마케팅, 교육 등 인문과학 도서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저성장과 기후위기 등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 대안 경제로 주목받고 있는 사회적경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는 국내 사회적경제의 고민과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은 이들에게 10권의 추천도서를 권한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존레스타키스 지음, 번역협동조합 옮김/ 착한책가게·1만8000원
■≪협동조합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존레스타키스 지음, 번역협동조합 옮김/착한책가게·1만8000원
― 강민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
차별 받는 신분과 계층, 불공정한 노동시장, 착취당하는 소비자. 강도만 다를 뿐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고통이다. 저자는 역사 속 민중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협력·연대하며 삶터를 지켜온 노력을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았다. 협동조합이 낯선 일반 시민들도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운영원칙과 핵심원리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서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올해 말 열리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 대회에선 ‘협동조합의 사회적 공헌 강화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적경제 조직에 몸담은 이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이 책을 통해 세계화 이후 협동조합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이해하고, 함께 의견을 주고받는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보노보 은행 이종수, 유병선 지음/ 부키·1만4800원
■ ≪보노보 은행≫ 이종수, 유병선 지음/부키·1만4800원
―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지난해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을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대출 지원, 사회적경제평가 시스템 구축 등 사회적금융 생태계 기반 조성이 본격화된 한 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적 금융은 일반 시민들에게 접해보지 못한 낯선 용어다. 이책은 국내 최초로 사회적 금융을 다뤘으며, 아직까지도 유일한 책으로 꼽힌다. 사회적금융에 대한 정의와 유형들을 쉽게 풀이해 일반 시민들이 입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탈, 미국의 지역개발펀드 등 해외사례들도 심도있게 다루고 있어 사회적금융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필독서로 추천한다.
한국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 김형미 외 지음,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엮음/ 푸른나무·1만5000원
■ ≪한국생활협동조합운동의 기원과 전개≫ 김형미 외 지음,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엮음/푸른나무·1만5000원
― 최영미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대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있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알기 위해 우리는 과거 영국의 로치데일과 스페인의 몬드라곤을 공부한다. 이 책은 이들 나라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도 유구한 협동조합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하여 농민, 노동자, 서민, 나아가 시민단체들이 어떻게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들어왔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한 다양한 실천들이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대중을 교육 훈련하고, 사회운동을 지지한다”는 공동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도 보여준다. 법 제도에 의해 사회적경제조직들이 구획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협동조합 역사를 통해 선구자들의 정신을 되짚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직의 재창조 프레데릭 라루 지음/ 생각사랑·2만2500원
■ ≪조직의 재창조≫ 프레데릭 라루 지음/생각사랑·2만2500원
―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 원장
나에게 있어 조직운영의 화두는 늘 ‘민주성’과 ‘자율성’에 있었다.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사업화하는 것이 조직의 성장을 가져다주며, 리더십의 본질은 동료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이책은 나와 같이 조직운영과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적경제조직 관리자를 비롯해 일반 조직 관리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진화
하고 발전하는 인간의 의식처럼 조직도 위계에 의존하지 않고 동료들과의 관계에 기반을 둔 자기경영 시스템을 구축, 발전시킨다고 주장한다. 민주성과 자율성에서 나아가 진화하는 조직 경영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조직의 발전단계는 리더가 세상을 보는 단계이며, 이를 뛰어넘어 진화할 수 없다며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진화의 어떤 단계에 있고, 나의 리더십은 어디쯤 있는지 성찰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디퍼런트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 ≪디퍼런트≫ 문영미 지음, 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지역위원장
이 책은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 차별화란 이름으로 자기파괴만 남는 경쟁의 악순환은 ‘이제 그만할 때’라고 주문한다. 지은이는 차별화에 대한 무분별한 추구는 오히려 모든 제품 혹은 사람이 동일해지도록 만들고, 집단이나 무리로서 보이고 인식되는 평범화의 길로 이끄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치 중심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무리(제품·상품 카테고리) 속에서 진정한 차별화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나다움’과 ‘사회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나와 사회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없으면, 새로운 비즈니스도 없다. 이 책이 제안하는 마케팅을 사회적경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 김기섭 지음/들녘출판사 펴냄·1만9천500원
■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 김기섭 지음/들녘출판사 펴냄·1만9500원
- 안인숙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불과 1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선 초기만큼 사회적경제가 힘 있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데 우려를 나타낸다. 이 책은 최근 국내 사회적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한 까닭을 역사적·이념적 이해 부족과 착각, 그로 인한 방향성의 부재와 혼란에서 찾는다. 무엇보다도 국내 사회적 경제에선 ‘사회적’이 갖는 의미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했다고 꼬집는다. 지은이는 국내외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원형을 탐색하고, ‘주체의 확대’,‘영역의 확장’,‘지역사회의 창출’ 등 사회적 경제가 지향해야 할 원칙들을 짚어내고 있다. 공정 사회, 사회적 가치 등 사회와 관련된 용어들이 쏟아지는 지금, 이 책을 통해 사회적이란 것에 대한 정의를 함께 고찰해보면 좋겠다.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 편찬위원회 지음/가을의아침·2만2000원
■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 한국협동조합운동 100년사 편찬위원회 지음/가을의아침·2만2000원
― 민앵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전국 1만6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명멸하는 격동의 시대이다. 우리는 왜 협동조합을 왜 하는가? 이 책은 협동조합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협동과 연대의 치열한 역사를 통해 계승되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역사 속 협동조합인들의 고뇌와 열정은 가슴 뛰게 하면서도 숙연하게 한다. 권력에서 자유롭고 더 나은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인들에게 선구자들의 성취와 좌절과 투쟁은 ‘나는 왜 협동조합을 하느냐는 질문 앞에 우리를 세워둔다.
깨어나라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 들녘·1만3000원
■ ≪깨어나라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들녘·1만3000원
― 박봉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교육위원장·치유공간마음의숲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최근 심리 상담 분야 협동조합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70% 이상의 협동조합이 연락 두절이거나 휴업상태였고, 폐업 절차도 어려워 방치된 상태였다. 나 또한 심리·정서 분야의 신생 협동조합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데 결코 녹록지 않다. 지속가능한 운영구조를 마련하는 한편, 주체로서 조합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협동조합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다.
법인으로서의 행정 업무까지 포함하면, 협동조합 운영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협동조합인들이 ‘왜 협동조합을 하고자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 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전진하는 우리의 걸음이 계속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생협평론 (재)iCOOP협동조합연구소 펴냄·5000원
■ ≪생협평론≫ (재)iCOOP협동조합연구소 펴냄·5000원
― 김대훈 사회적협동조합 세이프넷지원센터 센터장
이 책은 국내 인문사회 분야 계간지들이 발간·폐간을 거듭하는 현실에서 10년간 꾸준히 발행되는 사회적경제 분야 대표적 계간지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이 책은 협동조합을 넘어, 사회적경제, 시민사회와 우리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관심을 담고 있다. 명망있는 학자, 전문가들의 글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민하는 활동가들의 살아있는 생각과 글이 담겨 더욱 의미가 크다. 사회적경제의 공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계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10년간 발간된 ≪생협평론≫의 목차만 훑어봐도 여전히 되새김할 가치가 있는 주제와 글들이 가득하다. 긴 호흡으로, 넒은 안목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조망하고자 하는 모든 분에게 추천한다.
창조적 학습사회 조지프 스티글리츠•브루스 그린왈드 지음, 김민주•이염 옮김/ 한국경제신문
■ ≪창조적 학습사회≫ 조지프 스티글리츠·브루스 그린왈드 지음, 김민주·이염 옮김/한국경제신문·2만2000원
―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경제 성장을 위한 학습사회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창조적 학습사회≫의 핵심 질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학습’은 교육적 의미에서의 학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지은이는 경제 성장의 핵심요소 중 하나로 일컫는 개인의 역량을 사회의 역량으로 확장한다. 창조적 학습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며, 학습을 촉진하는 거시경제적 조건이 무엇이며, 이를 위해 정부가 펼쳐야 할 산업 정책을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산업의 지원도 그중 하나다. 사회적경제 영역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점에서 정부가 유치하는 산업으로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학습과 역량에 대한 포괄적 해석을 통해, 사회 성장과 발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정리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