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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제는 기분 따라 색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어요”

등록 2019-11-18 07:52수정 2019-11-19 17:49

‘2019 사회적경제 공모전’ 시상식
점자 의류 개발한 ‘사이누리’ 최고상 받아
옷소매에 정보 새겨 시각장애인에게 도움
97개 작품 접수, 15개 팀 아이디어 겨뤄
옷 색깔 고르기.

누군가에겐 매일 아침 자연스러운 일과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적인 어려움이다. 도우미 없이는 어떤 옷을 입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패션이란 그저 남 이야기일 뿐이다. 예쁘고 멋진 옷, 그날 기분에 맞는 색깔의 옷을 골라 입고 싶은 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

안혜진, 김수현, 이무비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의류를 개발 중이다. 대학교에서 선후배로 만난 세 사람은 지난해 11월 ‘사이누리'라는 업사이클링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미혼모를 위한 웨딩드레스 무료 대여,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의류 리폼 교육 봉사, 다문화 아동 인식 개선 티셔츠 제작 등의 활동도 진행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서 진심상을 받은 ‘사이누리’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열린 공유발표회에서 시각장애인 여성을 위한 점자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서 진심상을 받은 ‘사이누리’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열린 공유발표회에서 시각장애인 여성을 위한 점자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들이 처음 한 일은 옷의 색깔·소재 등의 정보를 옷깃에 새기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옷을 입어본 시각장애인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봤기에 울퉁불퉁한 점자가 피부에 닿는 불편함을 생각하지 못해서다. 촉감이 뛰어난 시각장애인에게 옷의 소재는 불필요한 정보라는 것 역시 뒤늦게야 깨달았다.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 욕구를 파악한 사이누리는 꼭 필요한 정보만을 옷소매, 단추 사이에 새긴 시제품을 내놨다.

사이누리는 장애인만을 위한 점자 의류라는 편견을 넘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도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저렴한 옷 생산 및 판매도 고민 중이다. 폐업 의류업체, 의류공장과 협력해 2년 이하의 재고 의류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의류업계의 재고 처리 고민도 해결하고, 자원낭비를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가격 만족감도 줄 수 있는 일석삼조의 대안이라 여겼다.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서 진심상을 받은 ‘사이누리’가 만든 시각장애인 여성을 위한 점자 의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서 진심상을 받은 ‘사이누리’가 만든 시각장애인 여성을 위한 점자 의류.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런 노력에 대한 작은 보답일까? 점자 의류를 개발한 사이누리는 16일 서울시 엔피오(NPO) 지원센터 ‘품다’ 대강당에서 열린 ‘2019 사회적경제 공모전’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사회적경제 진심상’을 수상했다. ‘사회적경제로 만드는 작은 변화(SE making Small changE)'를 주제로 내걸고 아이쿱(iCOOP)생협연합회와 한겨레신문사,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이번 공모전은 일상생활 속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널리 공유하는 자리였다.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왼쪽부터 버려지는 이면지와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하여 화분을 만든 용인외고 ‘Paperit’, 중증 질환 환아의 그림을 디자인 상품으로 제작한 서울시립대 ‘민들레마음’, 미혼부모 자립지원을 위해 디자인 상품을 개발한 ‘나슬’, 제주 감귤 농장의 폐타이벡을 활용해 마라톤 배번호와 돗자리를 만든 ‘담으멍’, 무등산에서 나온 분뇨를 퇴비로 재활용한 ‘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 요양원에 방문해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시너스’팀의 결과물.
제12회 사회적경제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 왼쪽부터 버려지는 이면지와 플라스틱 컵을 재활용하여 화분을 만든 용인외고 ‘Paperit’, 중증 질환 환아의 그림을 디자인 상품으로 제작한 서울시립대 ‘민들레마음’, 미혼부모 자립지원을 위해 디자인 상품을 개발한 ‘나슬’, 제주 감귤 농장의 폐타이벡을 활용해 마라톤 배번호와 돗자리를 만든 ‘담으멍’, 무등산에서 나온 분뇨를 퇴비로 재활용한 ‘무등산 국립공원사무소’, 요양원에 방문해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시너스’팀의 결과물.
올해 공모전엔 97건의 작품이 접수됐고, 1차 심사에서 통과한 15개 팀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직접 실천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청소년 부문에선 소명여고 유네스코 연합동아리의 공정무역 제품을 활용한 교내 무인 양심 가게 운영, 공유 프린터기 비치를 통한 학교협동조합 운영 학습 사례가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또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과 함께 텀블러 제작 및 판매 활동을 한 현암고 ‘두레바우’와 대전 지역 자활기업과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과 연계해 자활사업 유통망 확대 및 홍보 활동을 펼친 충남대 ‘더블업’ 팀에겐 사회적경제 열정상이 수여됐다. 친환경 퇴비 환원 사업을 펼친 ‘무등산 국립공원 사무소’는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응원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사회적경제 공모전이 일반 대중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함께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원리를 배우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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