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어느 다세대주택으로,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하다” “미친 임대료” 등 임대료 인상에 반대하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베를린 시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택 임대료를 동결하는 ‘베를린시 주택임대료 법안’을 발표했다. 2014년 이전 지어진 주택은 지난 6월 기준 임대료 수준으로 향후 5년간 동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 임대계약에 대해서도 1㎡당 9.80유로(2013년 평균 임대료)의 상한선을 설정했다.
베를린의 이번 조처는 천정부지로 뛴 임대료 때문이다. 2008년 이후 10년간 주택 임대료가 2배 이상 치솟았다. 새로 수리한 집의 임대료는 무려 4배나 폭등했다. 시 거주자의 약 85%가 세입자다. 또 임대주택으로 흘러들어오는 층은 주로 젊은이들이다. 고삐 풀린 임대료가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급기야 “거대 임대기업이 소유한 집을 모두 몰수하자”는 급진적인 시민 청원 운동까지 벌어졌다.
선진국의 경우 베를린과 유사한 임대료 제한 정책을 이미 시행 중이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16년부터 임대료 급등 지역을 별도 지정해 연간 인상률을 4%로 제한했고, 포르투갈은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다.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고, 독일 뮌헨시의 세입자단체는 ‘임대료 6년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민 주거 불안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주택 임대료를 시장의 수요·공급에만 맡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진국처럼 주거복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 최근 2년간은 그동안 미친 듯이 치솟던 아파트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최근 급등한 집값이 언제든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시급한 것이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 수준(연 5%) 이하로 묶는 ‘전월세 상한제’와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뒤 세입자가 원하면 의무적으로 계약을 한번 더 연장하는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제출됐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가 크지만, 3년 반 동안 낮잠만 자고 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거나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고 재산권 침해의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 탓인데, 핑곗거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