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도차익과 금융소득 등 대표적인 자산소득이 1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의 발달에 의한 ‘불로소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소득 불평등의 결과이자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산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양도차익으로 인한 소득이 한 해 84조8천억원, 주식 양도차익이 17조4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당 및 이자소득 등 금융소득은 33조4천억원이었다. 이들 불로소득(135조6천억원)은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2016년 부동산과 주식 양도소득,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의 총합계는 112조7천억원이었다.
이런 불로소득은 고소득층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별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살펴보면, 2017년 전체 배당소득은 19조6천억원에 달했는데, 상위 0.1%에 해당하는 9313명이 8조9387억원을 차지해 전체의 45.7%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배당소득은 9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또 상위 10%의 배당소득이 18조3740억원으로 전체의 93.9%에 달했다.
이자소득의 소득 집중도 현상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7년 전체 이자소득은 13조8천억원으로, 상위 0.1%에 해당하는 5만2435명이 2조5331억원을 차지해, 1인당 평균 4831만원에 달했다. 전체 이자소득의 18.3% 수준이다. 상위 10%에 해당하는 524만3532명이 거둬들인 이자소득 총액은 12조5654억원으로 전체 이자소득의 90.8%에 달했다.
근로소득의 경우 상위 0.1% 초고소득층(1만8005명)이 전체 근로소득(633조6천억원)의 2.3%를 차지하는데, 자산소득의 불평등은 이보다 몇배 이상 심하다는 뜻이다. 2017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거둔 이 가운데 하위 10%(각각 524만3532명, 93만1330명)에게 돌아간 몫은 1억원 수준에 그쳤다.
양도소득세가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부과돼 부동산 양도소득을 개인별로 파악하긴 어려웠다. 다만, 신고액수를 기준으로 줄 세웠을 때 상위 10%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로 인한 양도소득이 전체 소득 84조7947억원의 절반이 넘는 53조7913억원(6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명의 자산가가 부동산 여러 건을 거래했을 경우, 양도차익이 한 명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양도소득 역시 극심한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한 시민이 부동산 중개업소에 빼곡히 적힌 부동산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불로소득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받는 근로소득을 제외한 소득을 뜻한다. 넓게는 부동산 임대료와 이자·배당 등 투자수익과 부동산과 주식 등을 처분하면서 얻는 양도차익, 각종 복지 혜택과 상속·증여액 등이 폭넓게 포함된다. 유승희 의원실은 이 가운데 양도차익과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대표적인 불로소득으로 보고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동산 임대소득이 19조원에 육박하지만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임대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데다, 임대소득자 등록 비율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소득 등을 포함할 경우 불로소득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희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및 공시가격 현실화 등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이어, 증권거래세 인하와 연계한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부유세 도입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