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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트북에서 모바일까지…전자업체들 ‘겜생겜사’

등록 2019-07-28 17:11수정 2019-07-28 20:26

고사양 게이밍 기기 시장 팽창

여가시간 늘며 게임산업 성장
게이밍 노트북 연 8.8% 성장 전망
삼성전자 특화제품 잇따라 출시
엘지전자도 전용 모니터 선보여

최첨단 시각 기술 대결
순간의 차이에 게임 승패 갈려
화면전환 끊김 없고 잔상 최소화
생생한 색감 위해 첨단기술 동원

모바일로 무게중심 이동
갤럭시S10 게임때 서라운드 음향
V50씽큐 2개 화면 게임 특화 강조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데스크톱에서 노트북, 모니터에 모바일까지…. 국내 전자회사들이 고사양·고가 게이밍 기기 생산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e)스포츠가 대중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고 직장인들의 개인 여가 시간이 늘면서 ‘게임 전용’ 전자기기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시(IDC)는 게이밍 노트북의 글로벌 출하량이 올해 1940만대에서 2023년 2720만대로 늘어 연간 8.8% 성장하고, 게이밍 모니터도 680만대에서 1070만대로 연 12.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지난 6월 예상했다. 전자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게임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자사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게임 대회를 주최하는 등 시장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고사양인데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

삼성전자는 게이밍 브랜드 ‘오디세이’를 론칭한 뒤 게임 특화 노트북 등 고사양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된 2019년형 오디세이 노트북은 ‘히트파이프’를 추가 탑재해 방열 면적을 40% 늘린 게 특징이다. 히트파이프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생긴 열을 쿨링팬에 전달한다. 게임은 오랜 시간 하는 경우가 많아 냉각 성능이 핵심 기능 중 하나다. 롤플레잉 게임(RPG), 실시간 전략 게임(RTS) 등 장르에 맞춰 화질을 최적화하는 설정도 가능하다. 가격은 200만원 중·후반대다.

엘지(LG)전자는 지난해 ‘울트라기어’라는 게이밍 모니터 브랜드를 새로 내놨는데, 지난 4월부터는 고성능 노트북과 데스크톱에도 게이밍 브랜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엘지전자의 최신 제품을 보면 인텔 8세대 헥사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으며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이 144Hz에 이른다. 이는 1초에 보여주는 화면이 144장이라는 의미다. 배터리는 81와트시(Wh)로 삼성전자 최신형(54Wh)보다 대용량이다.

과거 고성능 기기의 상징은 데스크톱이었지만 최근엔 노트북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 고사양인데도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시는 게이밍 데스크톱의 글로벌 출하량이 2017년(2030만대)에 비해 올해(1540만대) 줄어들지만,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1560만대에서 194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기술 발전으로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노트북에서도 시피유 성능과 발열 관리 능력 등에서 고사양 스펙 구사가 가능해진 결과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도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게이밍 노트북의 글로벌 시장이 150억달러(17조7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게이밍 노트북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지에프케이(GfK)는 올해 국내 전체 노트북의 판매량은 작년보다 6% 하락해 시장 규모가 7880억원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가의 게이밍 노트북은 올해 1~4월 판매량이 7%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지에프케이는 “슬림형 게이밍 노트북이 주춤해진 피시(PC)시장에 새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게이밍 노트북의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후발 주자다. 지에프케이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게이밍 노트북 판매에서 매출 비중 1위는 대만의 에이수스(ASUS)였는데 19%를 차지했다. 중국의 레노버(Lenovo)가 18%로 2위, 미국의 델(Dell)이 15%로 3위였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시장이 53%를 차지해 1위였고 미국(13.3%)이 2위였다. 엘지전자는 올해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e스포츠 팀을 후원하는 등 게이밍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를 확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최첨단 시각 기술 집약된 모니터

게임은 시청각이 종합된 엔터테인먼트다. 그만큼 모니터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017년 글로벌 시장에서 250만대에 그쳤던 게이밍 모니터는 올해 68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세다. 연간 성장률 전망(2019년→2023년)에서도 게이밍 모니터(12.1%)가 노트북(8.8%), 데스크톱(3.2%)보다 높았다. 국내에서는 2017년 9만5100대가 2018년 14만4400대로 늘었고, 올해엔 17만8500대의 출하가 예상된다.

최근 나온 고사양 게이밍 모니터들을 뜯어 보면 최신 시각 기술을 한 번에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 제품을 보면 엔비디아의 지싱크(G-Sync) 기술이 적용돼 게임 화면이 빠르게 바뀔 때 끊기거나 잘리는 현상을 줄여준다. 브이에이(VA) 패널의 장점을 살려 최대 240Hz의 고주사율을 구사해 게임 화면을 부드럽게 전환하고 이미지의 잔상을 최소화한다.

엘지전자는 광시야각 아이피에스(IPS) 패널을 사용해 어느 각도에서든 생생한 색감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나노(10억분의 1m) 아이피에스’ 기술이 적용돼 미세 분자들로 화면 속 색상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일반 모니터는 색을 표현할 때 주위 다른 색이 미세하게 섞이지만 나노 아이피에스 디스플레이는 불필요한 색을 흡수해 본연에 가장 가까운 색깔을 표현한다. 엘지전자의 게임 모니터에도 ‘엔비디아 지싱크’가 탑재돼 있다.

이는 게임에 몰입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성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예컨대 ‘오버워치’ 게임에서 멀리 보이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캐릭터를 포착해 활이나 총을 쏘는데 화면 전환이 순간적이지 못하면 놓치게 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고수들 사이에선 순간의 차이가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기기의 성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도 게임 ‘올인’

최근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은 피시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앱애니의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전세계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는 303억건이었고 지출액은 226억달러(26조7700억원)였는데, 지출액의 75%는 게임에 사용됐다. 이에 국내 전자회사들은 신규 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게임 관련 기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에스(S)10은 스마트폰 최초로 게임을 가동할 때 돌비의 애트모스 기술이 작동돼 ‘서라운드 음향’을 들을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은 물론 9월에 나올 갤럭시폴드에 650만명 이상의 개발자가 사용하는 게임 개발 엔진 ‘유니티 엔진’과의 협업을 진행한다. 검은사막 모바일 등 인기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구동할 때 계획한 그래픽 품질을 유지하면서 끊김없이 돌아갈 수 있게 최적화한다.

엘지전자는 지난 5월 엘지 브이(V)50 씽큐를 출시하며 화면 2개를 끼워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을 처음 선보였다. 한 쪽은 게임 화면, 다른 쪽은 조이스틱처럼 게임 조정 화면으로 나눠 보다 몰입감있게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엘지전자는 지난 20~2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LG V50 씽큐 게임 페스티벌’을 여는 등 ‘게임 특화’ 스마트폰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게이밍 기기의 개발은 기기에 열을 식히고 눈을 덜 피로하게 하는 등 게임을 장시간 효율적으로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도입하도록 권고한 것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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