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7일 오후 <한겨레>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가계소득이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면서 기업의 판매가 늘어나 소득주도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신호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대 정책을 통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9개월이 지나면서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분배 지표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면서 야당과 보수진영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포기를 요구하자, 문재인 정부는 올해 이후 정책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정책 고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홍 장관은 “지난해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는데, 이른바 ‘3050 클럽’(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천만명 이상)인 국가로는 7번째고, 수출도 6천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6위를 기록했다”면서 “민간소비 증가율(2.8%)과 소매판매액 지수 증가율(4.2%) 모두 2011년 이후 최대이고, 저임금 근로자(전일제 임금 근로자의 시간당 중위임금 기준 3분의 2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중이 23%에서 18%로 줄어든 것은 한국경제가 견조하게 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또 “중소기업 수출이 지난해 8% 늘어 전체 수출 증가율보다 높았다”며 “매출 1천억원이 넘는 벤처가 2017년 572개로 2016년보다 69개가 늘었고 2018년에는 최소 600개를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출 1조원이 넘는 벤처도 2017년에 11개로 전년보다 7개가 늘었고, 벤처투자와 벤처캐피털의 투자 회수액, 벤처투자펀드 모두 역대 최대”라며 “우리 중소기업과 벤처가 튼튼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쓰이는 중기부 예산을 현재의 2배 수준인 2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을 지원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라며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이루기 위한 소득주도성장이 제대로 되려면 장기적으로 중기부 예산을 현행 1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려야 하고, 단계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최소 20조원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중기부가 이른바 ‘9988’(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이고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라는 중소기업과 전체 피용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데 10조원 예산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서민경제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면 경제 선순환이 이뤄져 대기업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개혁성향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위원장을 지냈고, 제19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2017년 11월 초대 중기부 장관에 취임했다.
- 2017년 11월 취임 때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약속이 얼마나 이행됐다고 생각하나?
“현재 진행형인데,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한국경제에 상당한 희망이 있다는 걸 찾아가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은 우리나라 전체 피용자의 5분의 2에 달하는데 그동안 정책에서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독자적인 산업정책 영역으로 접근하자고 가닥을 잡아주면서 큰 진전이 있었다.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도 신설됐다.”
- 보수진영에서는 정부가 세금으로 돈을 풀고도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7%로 6년만에 최저라고 비판한다.
“정부는 정책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가 중요한데, 한쪽으로 편향된 정보를 주면 국민을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경제상황이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편이다. 한국보다 좋은 나라는 미국이었는데, 올해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세계통화기금(IMF)과 오이시디가 예측했다. 일부 언론은 일본이 좋다고 하는데, 지난해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 문 대통령도 지난 7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지난해 신설 기업이 10만개를 돌파해 사상최대를 기록했는데. 혁신적인 스타트업(신생기업)이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의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미래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지난달 세계 최대 테크놀로지 전시회인 CES에서 한국기업이 카메라 렌즈의 물기를 자동적으로 없애주는 기술로 상을 받았다. 전 세계의 자동차 회사가 달려와 계약을 요청했다. 한국처럼 훌륭한 대학 연구진과 연구기관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어서 성장을 못한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벤처들이 실력을 쌓아서 우리 경제의 근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기업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벤처기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매출 1천억원을 넘는 벤처 572개의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재계 4위 그룹에 해당한다.”
- 이런 긍정적 신호들이 정부 정책의 효과라고 보는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난해 264만명이 받아갔다. 또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지급하는 ‘청년 추가고용장려금’은 12만8천명이 받았다. 중소·중견기업 청년 근로자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도 13만6천명이 가입했다. 모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정책들이다. 복지 지출을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 국민이 여유가 생겨 소비를 늘리게 된다.”
- 중기부의 지원 대상인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의 최대 수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생경제 성과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 구조를 개혁하려 한다. 과거 경제구조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저성장이 고착화됐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선택한 동기도 이를 바꿔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국민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게 된다. 경제모델이 달라지다 보면 불확실성이 높아지니까 불편한 점도 있다. 단기간에 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양극화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전부인 양 말하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시행) 등 노동문제에서는 (정책 속도가) 다소 빨랐다, 소득주도성장이 돼서 서민경제에 돈이 돌았으면, 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시장구조를 바꾸고 양극화를 개선하고 공정경제를 시행하다 보면 경제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럴수록 소득주도성장을 강력히 해야 국민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소비의 구조적 변화 요인도 크다. 홈쇼핑, 온라인쇼핑, 해외쇼핑, 모바일쇼핑이 늘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많이 생겼다. 그만큼 전통적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계산해보니 100조원이 빠져나갔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감안하면 정부 노력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중기부 정책이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는가?
“벤처분야는 확실하다. 2017년에 추경을 편성하면서 벤처투자를 위한 모태펀드 예산을 8000억원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벤처 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추가로 중기부와 금융위원회 예산을 합쳐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은 이제 걸음을 뗐을 뿐이다. 중기부가 예산이 이제 막 늘었다고 해도 10조원이다. 제 생각에 소득주도성장이 더 되려면 중기부 예산이 20조원은 돼야 한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고, 고용인의 1/5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을 중기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예산 10조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이것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이다. 작년, 재작년 같은 경우는 추경으로 많이 늘어가지고 이제 10조원이 됐는데, 진짜 소득주도성장이 되려면 중기부 예산이 20조원쯤 되고 그래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만 한다.”
-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공장 자동화와 지능화를 동시에 해서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공장 보급 확대를 강조하는데.
“기업들 반응이 너무 좋다.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을 생산하는 ‘동양피스톤’은 스마트공장 전환을 통해 100만개 중에서 불량이 1개도 없는 ‘꿈의 불량률’을 달성하고 경쟁력이 높아져 전 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마트공장 7800개를 보급했는데 2022년까지 종업원 10명 이상 중소제조업의 절반 수준인 3만개로 늘리려고 한다. 반가운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 스마트공장 보급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다. 삼성전자 경우 2022년까지 600억원을 조성해 2500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잘하는 것은 칭찬해야 한다. 원래 중소기업이 40%의 비용을 대면, 대기업 30%, 정부 30%씩 지원하는 방식인데, 인천·경남·경북 등 지자체들도 20% 비용을 추가 지원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기업의 구체적인 성과는?
“2017년 기준으로 생산성이 30% 높아지고 불량률은 43.5%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0%, 53% 늘고, 산업재해율은 22% 감소했다. 고용도 기업당 평균 2.2명씩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 간 경쟁이 중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중소기업 간 경쟁이 중요하다. 한국 중소기업과 독일 중소기업이 직접 경쟁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한국 중소기업의 부품을 사용하다가도 독일에서 더 싸고 좋은 부품이 나오면 거래선을 바꾼다. 중소기업이 독일과 일본보다 앞서지 않으면 다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지 않아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이 5년 늦어졌다면 결과는 참혹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가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한국 중소기업이 전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도 대기업이 지금처럼 기술탈취, 납품단가 부당인하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통해 과실을 빼가면 효과는 제한적일 텐데.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 중소기업도 국내 대기업하고만 거래하지 않고 전 세계 기업과 거래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이전보다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불공정거래가 드러나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기부도 지난해 처음으로 대-중소기간 불공정 수위탁거래에 대한 직권조사를 했다. 대형마트 3사의 피비(PB)상품 분야 조사를 마쳤고, 지금은 완성차업체의 정비센터 분야를 조사 중이다. 올해는 조선과 의류분야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혁신성장과 관련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시즌2’를 본격화한다는데.
“한국경제는 세계적인 대기업과 튼튼한 중기, 혁신적인 벤처, 대학, 연구기관까지 다 있다. 성과가 부족한 것은 서로 교류하지 않아 폐쇄형 혁신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기업 상생정책이 수동적으로 중소기업을 괴롭히지 말라는 것에 그쳤다면,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도 무너지고 있으니 스타트업, 중기, 연구기관과 협업하라고 말한다. 미국의 구글은 400개 이상 스타트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높였다. 휴대폰 운용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알파고(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를 개발한 딥마인드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위험성 때문에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탈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면 정부도 지원한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모태펀드가 같이 투자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자들이 모인 기술교류 네트워크를 만들면 적극 지원한다. 심지어 대기업의 사내벤처까지 지원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지원대상을 선정했다면, 지금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기업 퍼주기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한국경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 개방형 혁신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열린공간을 조성하는 ‘공간혁신’도 강조하는데.
“개방형 혁신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교류가 늘어나야 한다. 정부의 창업 지원이 늘어나니까 스타트업이 대기업, 벤처캐피탈을 만나고 싶어하는데 잘 안만나주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만들려고 한다. 1970년대 창업공간은 산업공단 형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창업 혁신 주체들이 자유롭게 교류·협력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 새롭게 조성된 판교 테크노벨리나 마곡의 엘지 사이언스파크도 건물을 다 막아놔 ‘닫힌 공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가면 카페골목이 있다. 올해 공간혁신의 첫걸음으로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지자체 공모를 받고 있다. 대전, 포항, 부산 등이 후보지다. 중국 중관춘에는 대학생, 창업자, 투자자 등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인 창업카페를 중심으로 창업자 거리가 조성돼 있다. 중국도 미국과 영국에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 개방형 혁신을 해외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국제적인 개방형 혁신을 위해 올해 인도 뉴델리에 ‘코리아 스타트업 캠퍼스’(KSC)를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창업자와 인도의 우수한 기술자 간에 교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타운을 만드는데 500억~1000억원이면 가능할 것 같다. 인도 모디 총리에게도 요청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싱가포르, 베트남, 유럽으로 가야 한다. 한쪽에서는 스마트공장으로 제조업 혁신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하면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고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곽정수 선임기자,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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