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강원랜드 희망재단이 주최해 강원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폐광지역 사회적가치 포럼’에서 고광필 강원랜드희망재단 이사장이 환영사를 낭독하고 있다.
태백·영월·정선·삼척 폐광지역은
2025년까지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적용을 받는 지역이다. 폐특법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강원도에 내국인이 입장할 수 있는 카지노 사업장 설립을 허용한 법이다. 강원랜드가 정선에 자리잡게 된 근거법인 셈이다. 과거 두차례 연장됐던 폐특법의 세번째 만료 시점인 2025년까지 앞으로 6년. 강원도에서는 카지노 산업을 대체할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짚어보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4일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는 강원랜드 희망재단이 주최한 ‘폐광지역 사회적가치 포럼’이 열렸다. 이날 행사엔 강원랜드 사회공헌 담당자를 비롯해 강원지역 사회적 경제 기업가, 중간지원조직 활동가 등 100여명이 참가해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기업의 현황과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강원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 대비 사회적 경제 기업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67.9개로 전국 평균치(35.2개)를 훨씬 웃돈다. 특히 폐광지역 4개 시·군의 인구 1만명당 사회적 경제 기업 수는 12.7개에 이른다. 하지만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 시·군을 대표하는 사회적 경제 기업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날 행사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락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인재육성본부장은 “강원의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창업과 초기 정착 단계 이후 성장·육성 방안이 필요한 때”라며 “강원랜드 희망재단과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난해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기업의 사회적 가치 평가’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태백·영월·정선·삼척의 폐광지역 45개 사회적 경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일반현황 △조직운영 성과 △사회적 성과 △재무성과 등 4개 분야로 나눠 경제·사회적 가치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폐광지역 사회적 경제 기업들은 취약계층 및 정규직 고용 비율이 높고 임금도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지역 일자리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성과 측면에서도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대상의 사회 서비스 제공률이 높고,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해 지역 행정기관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반면,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에 대한 투자와 단순 기부 비중이 높은 사회 서비스 프로그램은 보완이 필요한 영역으로 지적됐다. 지역 행정기관 외에 사회적 경제 기업 간, 민간기업 간의 협력 노력이 부족한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나타났다.
24일 강원 정선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폐광지역 사회적가치 포럼’ 참석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지역 산업 위기 등 지역색 반영한 평가틀 필요
이 연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회적 성과를 열심히 추구하는 기업일수록 경제적 성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와 외부 네트워크와의 협력이 사회적 경제 기업의 경제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민주적 운영 구조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사회적 경제 기업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외부에 증명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과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을 계기로 사회적 경제 기업의 금융 문턱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의 가치는 민간 기업에 비해 평가절하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출범하며
금융의 물꼬는 트였지만, 사회적 경제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금융 지원을 위한 평가틀 속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강원 폐광지역과 마찬가지로 군산 조선 산업 지역처럼 고용·산업 위기 지역 내 사회적 경제 기업의 경제, 사회적 평가 기준과 모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 참여한 김유숙 사회투자지원재단 소장은 “조직의 사회적 성과 평가는 곧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자가 점검하는 좋은 장치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자발적으로 조직의 사회적 성과 지표를 찾고 측정하려는 노력이 그래서 중요하다”며 “사회적 경제 조직이 평가의 중요성을 깨닫고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중간지원조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용일 강원랜드 희망재단 사무국장은 “지역색에 맞는 사회적 경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부터 재단은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에 사회적 성과 개념을 도입하고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지역에 확산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선/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