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한 23개 사업 가운데는 이미 이전에 예타를 받았지만 탈락한 사업이 7개나 있다. 정부는 이들을 “지역 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들”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 근거나 기준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수도권 등 이번에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에서는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 신항~김해 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남부내륙철도 △동해선 단선전철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국도 단절구간 연결(8개 구간) 등 7개 사업은 앞서 예타를 받았다가 낮은 종합점수(AHP)를 받아 탈락했던 사업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총사업비 규모는 9조1천억원으로 전체 사업비(24조1천억원)의 38% 정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현재 예타 제도 아래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울지 모르는 사업들이지만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타는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 균형발전(25~35%) 등을 평가지표로 삼아 종합점수를 내는데 경제성 비중이 큰 탓에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사업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일부 사업들은 단순 경제성만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도 타당성이 부족한 불량 사업들”이라고 꼬집었다. 통상 종합점수가 0.5 이상은 돼야 사업 추진이 가능한데 7개 사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종합점수 0.429에 그쳤다. 울산 외곽순환도로(0.310), 동해선 단선전철화(0.468) 등 다른 사업들도 모두 통과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예타 면제를 감행할 만큼 이들 사업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정량적인 지표만 가지고 균형발전에 대한 기여를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텀업’(지역에서 먼저 후보 제출) 방식으로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선정)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타 면제 사업에서 제외된 지방자치단체들도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건설이 예타 면제에서 제외된 수원시의 경우 염태영 시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관계자를 면담하기도 했다. 염 시장은 “신분당선 예타 면제 배제는 국가균형발전 기조와 연관성도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관계자도 동해안고속도로 건설사업이 탈락한 데 대해 “남해안과 서해안에는 고속도로가 있지만 동해안에는 없다.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대가 컸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사업이 예타 면제에서 제외되자 수도권 주민의 집단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인천시 등 수도권 9개 자치단체 주민 54만여명은 예타 면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승철 재정관리관은 “이들 사업은 지난해 12월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대책에 포함돼 있는 만큼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방준호 홍용덕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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