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관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7%에서 2.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1.7%에서 1.4%로 낮췄다. 또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동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 (하강) 흐름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 2.7%에서) 2.6%로 조금 낮췄다. 하지만 급속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고, 지난해 수준 정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수출 감소세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경기하강을 우려케 하는 요인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는 줄었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1월에도 감소세지만, 지난해 1월 좋았던 기저효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경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1.7%에서 1.4%로 크게 낮춘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주로 국제유가의 큰 폭 하락에 기인하고,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영향도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다. 지난해 연말을 거치며 가장 강력한 금리인상 압박요인이었던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가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2016년 한차례, 2017년 세차례, 2018년 네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지속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글로벌경기 하강 움직임이 강해지자 지난해 12월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2.25~2.5%로 인상하면서도 올해 인상 예정 횟수를 기존 세차례에서 두차례로 축소했다. 또 최근 들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인 미국보다 금리가 낮으면 자본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한은도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했는데, 미 연준의 태도 변화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총재는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나타냈고,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이어졌으나 소비와 수출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강세가 뚜렷한 국내경기만 본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동결을 선택해 ‘비둘기파’(완화 선호) 금통위원들도 기준금리 인하는 현실성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총재도 간담회에서 “금리인하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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