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잃어버린 자식’ 렌털회사 코웨이를 되찾으려는 시도가 난항을 겪고 있다.
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씽크빅은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이 2120원으로 확정됐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4200만주)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89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웅진은 지난해 8월 1조6849억원을 들여 다시 코웨이를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1690억원(예정가 주당 4025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턱없이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코웨이 인수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뒤 웅진씽크빅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 주가는 유상증자 공시 뒤 첫 거래일인 지난해 9월3일 25.3% 폭락한데 이어 계속 하향세를 탔다. 9일 주가는 2740원으로 마감했다.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은 주가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유아 및 초등 인구 감소에 따른 학습지 시장 정체와 코웨이 인수에 따른 자금 조달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주가가 우하향했다”고 분석했다.
회사는 “출산율 감소와 경쟁 심화 등으로 추가적인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코웨이 인수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전을 밝혔지만, 소액주주들은 갑자기 밝힌 코웨이 인수와 유상증자 계획에 반발해 주식을 팔고 떠났다. 소액주주 이아무개씨는 “교육 사업을 보고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윤 회장이 하고 싶은 렌탈사업을 하는데 돈을 대겠다고 하니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주가 하락을 보며 손해를 본 게 아니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당 7200원에 산 주식을 5300원에 팔았다.
웅진이 엠비케이파트너스에 지급해야 할 인수대금은 1조6849억원이다. ‘렌털 비즈니스의 효시’로 불리는 윤 회장은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코웨이를 재인수하려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보유 현금 등을 제외하면 인수자금은 모두 빚이다. 재무적투자자가 3791억원을 부담하고, 인수한 코웨이 주식을 다시 담보로 맡겨 9267억원을 대출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코웨이 인수대금 약 1조7000억원은 웅진씽크빅(2018년 6월말 기준) 자산 및 자본 대비 316%와 535%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웅진씽크빅의 차입 부담 확대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웅진 관계자는 “렌털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인수대금을 갚아나가는데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3년 내에 자산 및 자본 대비 10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며 “유상증자 재원이 감소하였어도 인수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지난 2013년 극동건설 인수 등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져 웅진그룹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를 매각하고 교육사업을 하는 웅진씽크빅 등만 남았다. 웅진씽크빅의 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은 10∼11일 열린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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