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가계의 여유자금 규모가 주택비용 지출 등으로 인해 예년보다 빠듯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6년3개월 만에 최저로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2018년 3분기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은 36조1천억원, 자금조달은 25조1천억원으로 순자금운용은 전분기와 같은 11조원이었다. 자금순환은 경제주체들의 금융거래(자금흐름)를 정리한 통계로,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뺀 수치가 양(+)이면 순자금운용, 음(―)이면 순자금조달이라고 부른다. 보통 가계와 정부는 자금운용 주체고, 기업은 자금조달 주체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3분기 가계 소득과 소비가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높은 수준의 신규 주택구입이 지속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09~17년 3분기 평균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은 13조6천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거용건물 건설(국민계정, 명목) 규모 평균 16조8천억원이었는데, 지난해 3분기 건설 규모는 28조1천억원에 달했다.
3분기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전체 금융자산은 3770조8천억원, 금융부채는 1762조3천억원으로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2.14배였다. 1분기(2.18배)와 2분기(2.15배)에 이어 2분기 연속 하락했는데, 2012년 2분기(2.14배) 이후 6년3개월(25분기) 만에 최저치다. 주택구입 등으로 금융자산이 상대적으로 덜 늘어난 데다,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인한 금융자산 축소 등이 영향을 끼친 결과다.
기업(비금융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전분기 -15조4천억원에서 -7조2천억원으로 줄었다. 박 팀장은 “민간설비투자가 전분기 35조2천억원에서 32조3천억원으로, 민간건설투자가 전분기 63조3천억원에서 55조9천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일부 공기업의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한전의 당기순손익이 2분기 9천억원 손실에서 3분기 7천억원 이익으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설비투자가 줄고, 이익이 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각종 기금 등을 포함한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은 전분기 13조1천억원에서 17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해 하반기 정부지출 규모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 때문으로 한은은 해석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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