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월보다 30% 이상 줄어든 50억6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증가율 하락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교역량 감소, 최대 수출상품인 반도체 경기 하락 등이 영향을 끼친 결과로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8일 내놓은 ‘2018년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11월 수출은 517억2천만달러, 수입은 437억4천만달러로 상품수지는 79억7천만달러 흑자였다. 특히 수출이 전년 동월(514억8천만달러) 대비 0.5% 증가에 그쳤고, 전달(572억4천만달러)에 비해서는 10%가량 감소했다. 한은 최정태 국제수지팀장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의 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교역량 축소, 2017년 높은 증가세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계교역량 증가율(세계무역기구, 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1~7월 13.5%에서 8월 8.6%, 9월 4.1%로 급속히 낮아지는 추세다. 또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중국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50) 아래로 떨어졌고, 60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12월엔 54.1로 급락해 경기수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단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디(D)램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구매 연기로 12월 통관 기준 수출액이 전달보다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흑자폭 축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팀장은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전 세계 6~8위 사이인데, 전 세계적인 흐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올해 경기전망에서 2017~18년 700억달러대인 경상수지 흑자폭이 올해 62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고, 상품수출 증가율도 3.2%로 2017년(3.8%), 2018년(3.5% 추정)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수입은 전년 동월(400억달러)보다 9.3% 증가했다. 원유 도입 단가 상승으로 인해 수출과 달리 높은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졌다. 한은 노충식 금융통계부장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10월 피크를 찍고 11월, 12월 크게 떨어졌는데 석유제품은 떨어진 가격이 수출가격에 바로 반영되지만 원유는 도입기간 등으로 인해 한달가량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며 “12월에는 원유 도입 단가 하락이 반영돼 증가율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1월 서비스수지는 22억9천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32억7천만달러)보다 50% 가까이 적자폭을 줄였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오르고 입국자 수 증가에 따라 항공여객수입이 늘면서 운송수지 적자폭이 전년 동월 -5억달러에서 -1억4천만달러로 크게 축소됐다. 입국자 수 증가세 속에서 출국자 수는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 또한 전년 동기 -15억5천만달러에서 -12억7천만달러로 줄었다. 11월 입국자 수는 135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3.5% 늘었고, 출국자 수는 230만명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과 일본인 입국자는 40만명, 3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41% 증가했다.
금융계정에서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20억1천만달러 늘었다. 1~11월 누적 직접투자액은 343억달러 규모로 역대 최대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도 17억9천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와 해외채권투자가 27억달러, 21억4천만달러 늘어 각각 2016년 3월 이후 33개월, 2015년 2월 이후 4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달(14억1천만달러, 12억6천만달러)보다 두배가량씩 증가했다. 한은은 “글로벌 주식시장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주식투자가 지속됐고,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 완화 기대 등으로 해외채권투자 또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 약세 속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4억4천만달러 줄어 전달(-40억4천만달러)에 이어 두달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채권투자는 2억5천만달러 늘어 2개월 연속 감소 뒤 증가로 전환했다. 한은은 “외국인의 주식투자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등으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축소됐으며,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채권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소폭 증가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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