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용 자산이 늘고 미래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주택의 담보가치까지 확대돼 주택보유자들이 씀씀이를 늘리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이른바 자산효과(부의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며 심지어 그 반대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이승윤 과장·최영우 조사역은 6일 ‘주택자산 보유의 세대별 격차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조사통계월보)를 내어 이렇게 주장했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와 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변화를 주택보유가구 세대별 구성과 주택보유 여부로 나눠 실증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주택보유 가구의 소비는 평균 0.02%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을 전후해 미국의 선행연구들에서 확인된 증가율(0.04~0.06%)이나 한국에서 2010년께 진행된 선행연구들에서의 증가율(0.09~0.11%, 0.02~0.09%)보다 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주택 보유자 가운데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의 주택자산을 보유한 세대별 구성비를 보면, 청년층(30대 이하)은 2013년 12.4%에서 2017년 11%로 1.4%포인트 줄었고, 중·장년층(40~50대)도 같은 기간 57.4%에서 54.2%로 3.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에 고령층(60대 이상) 비중은 30.2%에서 34.8%로 4.6%포인트 늘었다. 다주택 보유 고령층 가구수도 같은 기간 48만8천호에서 77만1천호로 60%가량 증가했다.
그런데 고령층은 고정수입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고 자녀들에게 재산도 물려줘야 해 집값이 올라도 소비를 늘리기 쉽지 않다. 실제 보고서의 분석을 보면, 집값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때 중·장년층 가구주의 소비는 0.034% 늘지만, 고령층 가구주의 경우엔 0.21%에 그쳤다.
더욱이 전체의 44.1%(2017년 기준)에 달하는 무주택가구는 집값이 오를 때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집값 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무주택가구의 소비는 평균 0.246%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과 고령층이 -0.448%와 -0.495%로 하락폭이 컸다. 이승윤 과장은 “주택가격 상승이 무주택가구의 소비를 줄이게 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작거나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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