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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조 눈앞’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의 진화

등록 2018-11-29 18:14수정 2018-11-30 08:29

재단 설립 7년…2·3차 협력사까지 혜택 ‘함께 성장’
300대 기업 절반 참여…중기 4만여곳 혜택
인건비 지원에 인센티브도…양적 성장 넘어 질적 변화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경기도 화성의 물류회사 ㅌ사는 요즘 현대모비스 자동차부품을 취급하는 화물운송 개인사업자들한테 계약보다 10%가량 용역비를 더 주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운송실적에 따른 표준운임 말고도 올해 화물운전 노동자의 평균임금 상승분, 차량 할부금, 기름값 인상분 등을 보조해주는 것이다. ㅌ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협력재단)에 출연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 덕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 138억5천만원의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해 1차 협력사가 아닌 2·3차 협력업체들의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데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29일 협력재단 집계를 보면,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현대차 246억원, 기아차 115억5천만원 등 현대·기아차그룹의 주력 3사가 올해 모두 50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을 냈다. 협력재단은 현대·기아차의 이번 상생협력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2·3차 협력업체가 지금까지 모두 1290곳이며,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 3만9천여명이 혜택을 보는 것으로 추산했다.

상생협력기금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따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11년 협력재단에 설치된 기금이다. 재단은 대기업 등에서 법정기부금 형태로 돈을 받아 기금을 운영하는데, 올해 연말 기금 출연액(누적 기준)이 1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출범 당시 18개 기업의 1131억원 출연에서 시작해 지난 9월 말 현재 9071억원에 이르렀다. 공공기관과 중견기업을 빼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의 절반가량이 기금 출연에 참여했다는 게 재단 쪽 설명이다. 기금 혜택을 본 중소기업은 첫해 184곳에 머물다 7년 만에 4만304곳(누적 기준)으로 늘었다.

상생협력기금은 국내 기업·단체가 내는 기부금 가운데 금융권의 휴면 예금·보험금에서 나오는 서민금융진흥기금 말고는 민간이 조성하는 가장 큰 공적기금이다. 기업의 자발적 공적기금으로는 최대 규모인 셈이다. 이런 기금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대기업 기부문화가 위축되면서 주춤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뒤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와 상생협력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금 조성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 기금 출연금의 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으로 기금 출연을 촉진하고 있다.

협력재단은 기금 규모의 성장보다 질적 변화에 주목한다. 상생협력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기금의 조성 목적과 용도에 대한 제한이 풀리면서 일어나는 변화다. 기존 기금 용도는 출연 대기업 협력사의 연구개발, 인력개발, 생산성 향상, 수출시장 개척, 에너지 절약 등 5가지로 제한되었으나 2017년부터는 출연 기업이 스스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협력재단과 협약을 맺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김광곤 협력재단 경영협력본부장은 “기금 사용 제한이 폐지된 뒤로 지원 대상이 넓어지고 용처도 다양해졌다. 특히 올해 들어서 주요 그룹들은 기금을 활용해 협력업체 경영안정자금 지원이나 임직원 임금 및 복리후생 지원 등 정부의 국정방향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처럼 2·3차 협력업체의 인건비 부담 완화에까지 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올해부터 생긴 변화다. 삼성전자도 기금을 통한 우수협력사 직원 인센티브와 성과급 지원 대상을 올해 하반기부터 2차 협력사로 넓혔고, ㈜두산은 10억원을 출연해 영세 2·3차 협력업체 65곳에 직원 1인당 월 11만원씩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올해부터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임금격차 해소 운동’ 1호 기업인 이랜드리테일은 기금을 통한 협력업체의 성과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9월 입점 업체 20곳과 올해 매출 목표를 초과 달성해 발생한 이익은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약정을 맺어 이에 해당하는 기금을 재단에 출연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와 맥락이 같다.

전문가들은 상생협력기금이 대기업의 시혜성 자금이 아니라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투자라고 강조한다. 이형오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수평적으로도 확산되면 전체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주요 업종별로 보면 대기업 스스로 필요에 의해 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 나서는 만큼 기금 용처와 운영 방식에서도 출연 기업들에 더 재량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생협력기금이 대기업 전반에 확산되지 못하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 8곳의 출연 비중이 70%를 넘는다. 또한 기금 출연 결정 과정에서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판단이 과도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한계로 지적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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