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국제회계포럼이 열렸다. 이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에 대해 누가 옳다고 하기 어렵다. 회계전문성 이외의 것으로 재단하는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
회계업계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국제회계포럼’에서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발표를 통해 2012년 도입된 ‘원칙중심회계’인 국제회계기준(IFRS)을 금융당국이 훼손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차라리 이전 방식인 ‘규정중심회계’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은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재량권을 인정하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최중경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 사건을 불분명한 회계처리의 문제로 몰았다. 최 회장은 “두 기업 모두 논쟁의 근간이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에 벌어진 회계처리에서 이뤄졌다. 국제회계기준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전문가 판단을 어느정도 용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식회계 논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임을 하기 위해 회계에 손을 대거나, 상장을 앞두고 자본 잠식을 피하려 하는 등 기업 경영진의 일탈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최 회장은 말하지 않았다.
이어진 강연에서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100점을 맞지 않으면 시험을 통과할 수 없는 것이냐”며 에둘러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황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의 개선방안으로 △회계기준연구회 구성 △사업보고서 공시 확대 △감독기관의 역할 제고 △회계법인 감사관행 개선 등을 들었다. 포럼 패널로 나온 삼정회계법인의 황재남 전무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기업과 회계법인의 준비가 미비하다고 했다. 삼정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날 회계업계의 결론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로 드러난 기업 감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금융당국도 예측가능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으로 드러난 기업과 감사인 간 유착과 투자자를 속이는 결정에 대한 분석 보다는 복잡한 회계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능력’의 차이로 바꿔서 풀이했다. 회계에 대한 일차적 직업의식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도 보이지 않았다.
패널토론에 나온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를 지적했다. 전선주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전문가적 판단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회계기준 위반은 거의 모두 다른 범죄행위와 수반되어 외감법 위반과 연결된다”고 했다. 자본조달을 위해 매출액을 과다계상하거나, 조세를 포탈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위반하는 등 다른 범죄와 연계되어 분식회계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전 판사는 “법원에서는 세세한 규정 위반 보다 중대한 범죄 위반으로 인해 일어나는 외감법 위반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했다”며 “국제회계기준을 판단하는데 있어 중대한 범죄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전문가적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송창영 변호사(법무법인 세한)도 “(감리과정에서)회사나 감사인이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의 전문성 못지 않게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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