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산림청장은 “숲은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공유자산”이라며 “사회적경제를 통해 사회적 수요에 맞게 산림자원을 활용하면, 사회문제 해결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산물을 가공해 유통하는 협동조합입니다. 우리 지역의 임산물이 부족해 생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타 지역의 임산물을 안정적으로 구입할 방법이 없을까요?”
“산림 관련 대북사업에 사회적기업이 참여할 여지가 있을까요?”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사회혁신파크에서는 산림청이 주최하고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한 ‘산림 일자리 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산림 분야 사회적경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엔 100여명의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왜 숲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까.
전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숲은 우리에게 공기와도 같은 공유자원이다. 사회적 가치가 높은 숲은 사회적경제 기업과는 애초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산림청이 사회적 가치라는 토양을 기반으로 숲과 사회적경제의 ‘접붙이기’ 실험에 나선 건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일 정도다. 지역마다 사회적경제 일자리를 만들어 산림의 사회적 가치를 지역에 널리 확산시키겠다는 게 취지다. 그 중심에는 일찍이 산림과 사회적기업에 주목해온 김재현 산림청장이 있다. 취임 전 희망제작소 부소장과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를 지낸 김 청장은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육성 사업을 오래 이끈 경험을 갖고 있다. 지난 9일 대전 산림청사에서 김 청장을 만나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의 의미와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시장가치보다 공익적 가치가 커”
―산림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림 일자리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자. 산림 일자리는 왜 중요한가?
“숲은 전통적으로 많은 사람이 활용하는 공유자산이다. 공동체에 기반한 일자리 창출에 적합한 자원이지만, 아직 제대로 시장화되지 못한 자원이기도 하다. 숲의 잠재가치를 현실화하려면 사람, 즉 지역공동체의 힘이 중요하고, 지역공동체를 조직·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인 중간지원조직이 필수적이다. 산림 일자리 발전소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6일 서울 은평구 사회혁신파크에서 열린 ‘산림 일자리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행사를 주관한 구길본 한국임업진흥원장이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 대표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산림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람 중심, 지역 주민 기반의 사회적경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았다. 산림 일자리 발전소도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4월 만들어졌다.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을 육성·관리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산림 일자리 발전소는 대전 본부를 비롯해 울산·서울·인제 등 전국 5개 지방자치단체에 둥지를 틀었다. 일자리 발전소의 동력은 5명의 ‘그루매니저’로부터 비롯된다. 지역공동체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선발된 25개 산림 그루경영체들은 산림형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2020년까지 3년간 교육, 훈련, 컨설팅 등의 현장밀착형 지원을 받는다.
―산림 일자리 종합대책은 사회적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으로 다룬다. 산림과 사회적 경제를 연계한 이유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숲은 시장가치보다 공익적 가치가 큰 자원 아닌가. 홍수 방지와 이산화탄소 저감, 국민 건강 증진 등 산림이 가진 사회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산림의 사회적 가치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의 산림자원은 지역 주민이 가장 잘 안다. 이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해 사회적 수요에 맞게 산림자원을 활용하면 사회문제 해결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산림 일자리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년. 아직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나, 여러 통계 수치를 볼 때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부처별로 예비사회적기업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 제도가 시행된 2012년 7개뿐이던 산림청 예비사회적기업은 올해 10월말 현재 102개로 늘어났다.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기업 비율도 56.4%로, 부처형 사회적기업 평균 전환비율(40.3%)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산림청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높은 것 같다. 일자리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스스로 어느 정도 점수를 주고 싶나?
“무엇보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공공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중앙 부처 중 처음으로 일자리 전담 부서를 조직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은 정책 조언이 필요할 때 해당 부서와 담당자를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일자리 담당 과가 아니라 모든 부서와 담당자가 일자리를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면 이런 어려움은 쉽게 해소될 수 있다. 산림청은 부서별로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업무 평가에도 적용하고 있다. 유능한 공무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게 사업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6일 한국임업진흥원이 주관한 ‘산림 일자리 정책 심포지엄’ 오전 행사인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산림형 사회적경제 기업가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청문청답, 산림 일자리 위원회 회의 등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민간역량 키워 산림 기반 튼튼”
―지역경제 침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산림 일자리가 지역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산림 사업은 대부분 지역에서 이뤄진다. 지역 산업과 경제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 울주 일자리 발전소가 지원하는 그루경영체 중에 조선업 퇴직자를 주축으로 꾸려진 ‘울산산촌임업희망단’이 있다. 평생 쇠를 만져왔던 ‘철수’들이 ‘목수’로 직업 전환하는 걸 돕고 있다. 숙련된 조선업 기술자들이라 임업 기술 습득도 빠른 편이다. 지난달 산림기능인 교육 과정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설립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김 청장은 인터뷰 내내 산림 일자리 발전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역 일자리 발전소를 거점으로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발굴해 내고, 이들이 산림 자원을 기반으로 협력하고 연대해 지역의 자립기반을 쌓아나가리라는 얘기였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순환하고 네트워킹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역 주민 기반의 공동체 사업이야말로 지역 경제의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을 방문했다. 병해충 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경협 사업 중 유일하게 추진 중인 사업이 산림 사업이다. 그 밖에 계획 중인 사업이 있나?
“남북경협 사업은 국내외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느냐보다는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 한다. 남북경협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산림청은 민간이 남북경협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산림 분야의 민간 역량을 키워 사업 기반을 튼튼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대전/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이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부처별 예비사회적기업의 하나. 산림을 활용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의의와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들로, 수목 관리 및 숲 가꾸기, 숲체험 교육을 비롯해 임산물 생산 및 제조·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