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도·소매업, 30~40대를 중심으로 영세자영업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2만4천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이 휴·폐업하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못한 이들은 증가했다. 고용악화 상황이 자영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자영업자나 가족이 운영하는 일터에서 따로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 수는 686만2천명으로 한 해 전보다 3만6천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7만1천명 늘었지만 영세자영업자가 12만4천명이나 줄어든 결과다. 영세자영업자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오다, 지난해와 재작년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로 밀려난 임금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으로 옮기면서 이례적으로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고용한파가 임금노동자뿐만 아니라 자영업도 덮치면서 임금노동력을 흡수하던 자영업의 ‘완충 역할’마저 미미해진 모양새다.
전체 고용상황과 마찬가지로, 30~40대가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크게 감소했다. 30~39살은 한 해 전보다 5만4천명, 40~49살은 6만4천명 각각 줄었다. 반면 이들 연령대에서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각각 1만2천명씩 늘었다.
15~29살 청년층과 60살 이상에서는 영세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15~29살 영세자영업자는 2만명, 60살 이상 영세자영업자는 2만4천명씩 늘었다. 특히 60살 이상의 경우 전체 비임금노동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30.3%로 올해 처음 30%를 넘었다. 교육정도별로 보면 ‘고졸 영세자영업자’(-10만5천명)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업종별로는 도매 및 소매업(-5만3천명)에서 비임금근로자가 가장 많이 줄었다. 이 업종 역시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9천명 늘었지만, 영세자영업자가 5만명이나 감소한 탓이다. 뒤이어 제조업(-2만8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2만1천) 등에서도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비임금노동자의 감소가 뚜렷했다.
자영업 업황의 전반적인 침체로 “1년 이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답한 자영업자(농림어업 제외)는 4.5%로, 한 해 전보다 0.4%포인트 늘었다. 절반 이상(51.1%)이 사업체를 그만두려는 이유로 “전망이 없거나 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에 견줘 9.8%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한편, 지난 8월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한 비경제활동인구는 1617만2천명으로 직전 조사인 2016년에 견줘 21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노동자로 취업하고 싶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도 포착됐다. 비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앞으로 1년 이내에 취업이나 창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이들은 270만6천명으로 2년 전보다 21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73.5%는 전일제를, 19.5%는 시간제를 원했다. 93.1%가 임금노동자가 되기를 바라는 셈이다. 절반 가까이(49.9%)가 월급 100~200만원 미만이면 만족했다.
육아나 가사, 재학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이 ‘쉬었음’이라고 답한 이들은 182만4천명로, 2년 전보다 30만2천명 늘었다. 건강이나 은퇴를 이유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이들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직장의 휴업·폐업으로 쉬었다”고 답한 이들은 2.5%로 한해 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는 답변도 1.4%포인트 늘어난 16.9%였다.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답한 비중은 7.5%로 역시 1.2%포인트 증가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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