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교육·보육 등의 분야에서 현금이 아닌 현물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가 소득 하위 20%의 계층의 소득을 연간 523만원 끌어올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 복지로 소득분배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선진국에 견줘서는 분배 개선 효과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적 현물 이전을 반영한 소득통계 시험작성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 사회적 현물 이전소득은 466만원(균등화 소득 기준)으로 이를 반영한 ‘조정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4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소득에서 조세 등을 빼고 현금 이전 등만 더한 같은 해 처분가능소득(2974만원)을 15.7% 늘리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통계청 제공(※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계청은 점차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물이전소득을 감안해 실직적인 가계의 소득 상황과 복지 효과 등을 검증하기 위해 현물이전소득을 올해 처음 시험적으로 측정했다. 박상영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현재 (GDP에서)사회적 현물이전 비중은 5.3% 정도이지만 2050년에는 13.5%까지 비중이 늘어난다”며 “정부가 수행하고 있는 복지지출의 효과와 실질적인 가계소비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이를 조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현물이전소득은 소득 분위별로 1분위에서는 523만원으로 처분가능소득을 59.8% 늘리는 노릇을 했고 5분위에서는 374만원으로 처분가능소득을 6.5%정도 증가시켰다. 처분가능소득 자체가 적고, 복지혜택이 집중돼 있는 저소득층에서 현물이전소득의 효과가 컸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소득분배 상황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처분가능소득 기준 0.357에서 0.307로 13.9%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분야별로 초·중·고등학교나 영유아 무상 보육 등이 포함된 교육부문이 전체 사회적 현물이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8%로 가장 컸다. 의료보험, 의료급여, 요양급여 등이 담긴 의료 분야 비중은 38.4%였다. 공공임대나, 국가장학금, 기타 바우처 등 다른 분야의 비중은 모두 합쳐 1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교육이 가장 큰 현물이전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큰 쪽은 의료였다. 의료 부문 현물이전만 더해 계산한 조정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1로, 교육분야 현물이전만 더해 계산 한 경우(0.336)보다 높았다. 특히 의료부문의 현물이전은 은퇴연령층의 빈곤율을 32.5%나 개선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저소득층이 주로 의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큰 노인들로 구성돼 있고, 노인빈곤율이 크게 높은 것과 관련있는 현상이다. 교육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통상 아이를 키우는 가구의 소득 분위가 노인에 견줘서는 모든 분위에 고르게 퍼져있는 만큼 재분배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현물이전소득 규모나 소득재분배 효과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통계가 있는 200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의 경우, 현물이전 소득을 통한 가처분 소득 증가 효과는 29%로 우리나라(15.7%)에 견줘 두배 이상 컸다. 오이시디 국가들의 지니계수는 현물이전 소득을 반영할 경우 20%까지 감소한 반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감소효과는 13.9%에 그쳤다. 다만 소득 5분위배율 감소효과는 33.3%로 오이시디 평균(29%)보다 높았고 상대적 빈곤율 감소율도 31.4%로 오이시디 평균(10%)보다 컸다. 박상영 과장은 “5분위 배율이나 상대적 빈곤율의 경우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이 선진국에 견줘 너무 낮은 상황이라 약간의 소득 증가만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전반적인 분배상황을 보는 지니계수를 보면, 오이시디 국가에 비해 아직 현물이전 소득의 재분배 개선효과가 크게 못미치고 있는 것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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