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대회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농민들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80㎏ 기준 18만8192원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인상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쌀과 다른 작물 사이의 직불금 격차를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공익형 직불제’를 쌀 목표가격과 함께 논의하자고 국회에 제안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2022년 쌀 목표가격을 한 가마당 18만8192원으로 정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쌀 목표가격은 쌀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 액수다. 정부는 쌀 목표가격과 시장가격 차액의 85%를 변동직불금으로 쌀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18만8192원은 법률에 정해진 공식에 따라 물가 상승 등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쌀값 인상률만 따져 계산한 액수다. 실제 정부는 이보다 높은 19만4천원 수준으로 쌀 목표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18만8192원에 지난 5년 동안 물가상승률을 더한 액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농업인들의 소득 안정을 위해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쌀 목표가격이 24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100g짜리 밥 한공기에 300원 수준인 셈이데 쌀 산지가격이 이 정도로는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쌀 목표가격 24만5천원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지난 25일 기준 쌀 산지가격이 과거 수준을 되찾으며 19만3천원에 이른다는 점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근거다.
정부는 쌀 목표가격 설정과 함께 대대적인 쌀 직불제 개편 논의도 국회에 제안했다. 현재 9가지 직불금 가운데 쌀 변동·고정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81%에 이른다. 쌀 직불금 수준이 다른 작물 직불금에 견줘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쌀 과잉공급을 부를 가능성이 있는 직불금 구조를 해소하지 않고 목표가격만 높이면 수급 불일치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탓에 대규모 농가 위주로 직불금이 쏠리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직불제 논의의 큰 틀로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 지급 △일정 규모 이상 농가에는 경영 규모에 따라 역진적으로 직불금 지급 △쌀 직불제와 밭 직불제를 통합해 재배 작물과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 지급 △직불금 지급과 연계해 농지·공동체·환경·안전 등에 대한 의무를 농가에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현재 쌀 수급 균형점이 100 수준이라 할 때 국내산 쌀 생산은 현재 105 수준에서 맴도는데 직불제 개편을 통해 이를 균형점까지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들도 직불제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광석 정책위원장은 “직불제 개편 논의는 필요하지만, 모든 농민의 기본소득을 공정하게 보장한다는 원칙 아래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정 농가의 직불금을 줄이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논의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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