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우리 경제가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미·중 무역전쟁 악재 속에서도 수출은 선전했지만, 건설투자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째 0%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400조234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0% 성장했는데, 이는 2009년 3분기(0.9%)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과 소비는 선방했지만, 투자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6.4% 급감했다. 2분기(-2.1%)보다 감소폭이 늘어나면서,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4.7% 줄어들었다. 정부투자도 0.4% 감소했다. 한은은 “올해 추경이 있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신임 단체장들이 이제 막 취임해 본격적인 투자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는 정부와 민간 모두 전분기 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를 중심으로 1.6% 늘었고, 민간소비도 0.6% 증가했다.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3.9% 증가세를 이어갔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우려가 크지만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409조883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2% 늘었다. 2분기 마이너스(-0.9%) 성장률에서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0.2% 감소했다. 이는 2009년 1분기(-2.5%)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수출품 가격보다 더 올라 교역조건이 나빠진 결과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과 소비가 여전히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건설과 설비투자는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되고, (연말 종료를 앞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등으로 4분기에는 (성장률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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